[스마트폰 그 후] AI 핀

스마트 밴드, 스마트 워치, 스마트 글래스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후를 도전하는 디바이스들이  ‘스마트(Smart)’라는 접두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기기는 스마트라는 용어 대신에 AI라는 단어를 붙여서 이름을 만들었다. 아마도 ‘스마트 핀(Smart Pin)’이라는 용어가 이미 다른 분야에서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ChatGPT라는 인공지능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마케팅에 더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이 함께 했으리라. 

‘AI 핀(AI Pin)’이라 명명된 이 제품은 신생 기업인 ‘휴메인(Humane)’에서 2023년 발표한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제품을 보여주는 영상에 등장한 남녀 두사람은 이 회사를 설립한 부부로, 두사람은 애플에서 오랜 기간 일을 했던 최고의 인재들이라 한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이 제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핀(Pin)이라고 한 것은 이 기기를 옷에 핀처럼 부착해서 사용하다는 점에서 나온 이름으로, 자석으로 옷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이, 레이저 프로젝터를 내장하고 있어 손바닥이나 물체의 표면에 화면을 투사한다. SF영화에서 봤었던 장면이 구현된 것같은 UX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손동작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설립자 부부가 애플에서 임원으로 있었다고하는 것이 제품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44.5mm x 14.98mm x 47.5mm의 명함 정도 크기를 가지고 있고, 무게는 34.2g인 초소형 디바이스지만, 스마트폰이 가진 웬만한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전화도 걸 수 있고, 카메라가 있어 사진과 영상 촬영도 된다. 그리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ChatGPT와 대화도 가능하다. 즉 음성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능을 통해 외국어 통역이나 카메라로 음식을 인식해 영양소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놀랄만한 제품이라 하겠다.

이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은 혁신적인 UX와 인공지능 ChatGPT, 두가지라 할 수 있다. ChatGPT를 개발한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이 이 신생기업의 주요 투자자인데, 그는 손정의와 함께 ChatGPT 전용 기기를 개발할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상황에서 여기에 투자를 했다. 이 제품이 ChatGPT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혁신적인 기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음성으로 대화하며 기기를 제어할 수 있기에 마치 개인비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편리함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제품 홍보 영상에서도 음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명령하는 것을 시연하며 제품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인공지능의 능력은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들게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 제품 역시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어서 이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이 제품은 디바이스가 사용 중일때는 표시를 해주는 ‘트러스트 라이트(Trust Light)’라는 기능을 내장했다. 그리고 항상 켜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작동시켜야만 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인공지능이 내장된 제품들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코스모스'라는 자체 운영 체제를 가지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이 탑재되어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작동된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디바이스는 아니라, 미래에 이를 대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가격은 699달러(약 90만원)이고, 24달러(약 3만원) 월정액제로 무제한 데이터와 별도 전화번호를 포함한 통화를 제공한다. 과연 이 제품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스마트폰 이후의 디바이스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소형 기기가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혁신적인 UX를 보여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해주고 있다. 내년에 제품이 출시되고 사용 후기가 나온 이후에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진일보한 제품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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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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