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말 많은 인사평가? 서로를 평가하게 하라

A백화점 최대리. 어깨가 축 쳐져 있습니다. 며칠 전 발표된 인사고과에서 무려 C등급이 나와서 그렇죠. 감각 좋고 능력 있는 최대리인데요. 그뿐인가요? 적응을 어려워하는 신입들도 잘 끌어주려고 항상 애쓰죠. 그런데 왜 이렇게 등급이 낮느냐고요? 바로 최대리가 속한 점포의 매출이 별로 안 좋아서 랍니다. 그런데 이게, 최대리 얘기 만이 아니었죠. 눈에 보이는 단기 실적만 가지고 평가했다고, 그래서 공정하지 않다고 툴툴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네요. 

결과 발표할 때마다 불만만 터져 나오는 인사평가, 어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일본 나고야의 

목공기계 제조업체 

메이난 제작소

메이난제작소(출처:예스24)

직원 100명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50년 넘게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강소 기업인데요. 이 회사는 '차원제'라는 특이한 평가 방식으로 이 문제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걸로 사장의 월급까지 직원들이 정한다는데요. 자세히 볼까요?

차원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메이난의 평가 제도도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상사가 Top-down 방식의 평가로 등급을 매겼죠. 하지만 능력이 제대로 반영 안됐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결국 사장(하세가와 가쓰지)이 직접 나서, '차원제'를 만들게 됩니다. '차원제', 말은 좀 특이하지만, 뜯어보면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닌데요. 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차원'으로 매기는 거죠. 당연히 고차원일수록 좋은 거고요. 차원이 높아지면 급여도 오르고, 업무에 대한 재량권도 더 커집니다. 그런데, 차원을 정하는 기준은 뭐냐고요? 자기 일만 그런 대로 해내는 사람이 1차원, 다른 사람까지 생각하고 리드할 줄 아는 사람이 2차원, 10~20명을 설득하고 이끌 수 있는 사람이 2.5차원. 이런 식으로 5차원까지 있죠.

평범한 인사평가 방식과 뭐가 다른 지 눈치 채셨나요? 재무적 성과나 수치보다는, 인간적으로, 업무적으로 얼마나 성숙한 지, 그리고 팀과 회사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를 보죠. 이걸 매기는 방식 역시 특별한데요. 소위 ‘벌거숭이’가 돼서, 100% 공개적으로 서로의 차원을 매긴답니다. 부하, 동료뿐 아니라 상사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차원을 평가하죠. 다른 사람의 차원을 정할 때는 다들 진지하게 임하는데요. 물론, 이 과정에서 더러 서운해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자신을 봐온 사람들의 평가니까, 부정하기 어렵죠. 또, 더 높은 차원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보다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100% 공개적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죠? 게다가, 사장도 평가대에 오르니 불만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참고로, 전 직원의 평가 끝에 하세가와 사장이 처음에 받은 성적은? 바로 4차원이었다고 하네요.

차원제로 얻은 효과가 더 있었습니다. 차원제의 평가 기준을 보면, 다른 사람을 리드하는 능력을 중시 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만약 자신의 팀에 저차원 직원이 많다면 그 팀의 다른 직원들이나 리더도 높은 차원을 받기 힘듭니다. 이는 곧 그가 리드를 잘 못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은 자기 일을 하는 동시에 부족한 동료, 부하를 함께 끌어주려고 노력했는데요. 이 문화는 지방의 작은 메이난 제작소가 매년 특허를 6~70건씩 쏟아내고, 인당 매출액이 5억~10억을 넘나드는 데에 든든한 원동력이 됐죠.


소재 과학기업

고어(Gore) 

고어텍스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고어’사 역시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는데요. 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겁니다. 평가 항목도 숫자 중심의 달성율보다는, ‘얼마나 회사에 기여했는가’, ‘동료들을 잘 도와주고 지지해줬는가’, 등 포괄적인 내용으로 채웠죠. 보통의 획일적인 항목에는 없는 숨겨진 역량과, 동료에 대한 헌신도 반영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고어사에서는 한 명의 직원을 평가하는 사람이 20~30명에 달하는데요. 상하를 떠나,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평가해야 결과가 더 정확해지고, 불만도 줄어든다는 CEO(테리 켈리)의 판단에서였죠.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테리 켈리는, “거미줄처럼 서로 서로 평가를 하면,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이 방식을 실행하면서 고어사의 이직률은 5퍼센트를 넘지 않았고, 포츈지 선정 ‘일하고 싶은 직장’에도 매년 상위권에 꼽혔죠.


혹시 여러분도,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더 납득하는 인사평가 제도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메이난과 고어의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보세요. 함께 일하며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의 의견인 만큼, 모두가 더 인정할 수 있는 인사평가가 될 겁니다.

본 기사의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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