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 첫 연간 흑자 전환 이후의 과제는

- 동대문 패션 생태계 전체를 살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엇갈린 2개의 시선

에이블리가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동시에, 론칭 이후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2,5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하였고, 특히 영업이익은 33억 원으로 전년 744억 원 적자 상황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뿐 아니라 에이블리는 지그재그와의 여성 패션 버티컬 1위를 두고 벌인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기준으로 작년 4분기 이후 유의미한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호실적을 기반으로, 에이블리는 스타일 커머스 전략을 통해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급증한 매출과 달리, 거래액이나 트래픽 성장성은 둔화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요.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 커머스의 공급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 중 지그재그, 브랜디는 눈에 띄게 이용자 수가 줄고 있는데요요. 가장 선두에 선 에이블리는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용자 수 증가폭이 확실히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이후 패션 셀러들의 폐업이 급증한 것과 맞물려 있는데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스타일이라는 핵심 강점이 겹치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에이블리가 작년에 거둔 성과들을 올해나 내년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 어린 시선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핵심 역량

역대급이었던 작년 실적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불안한 측면들이 여럿 발견되긴 합니다. 이번 에이블리의 첫 흑자 전환은 무엇보다 서비스 매출 성장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전체 매출액 성장은 45.3%였는데, 서비스 매출은 99.3%이나 증가했고, 상품 매출은 13.1% 늘어나는데 그쳤거든요. 이러한 매출 성장을 이끈 요인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3%의 판매 수수료 부과를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최대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브랜드 패션 및 비패션 카테고리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이블리의 고속 성장을 이끌던 파트너스 실적이 작년을 기점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에이블리의 차별화 경쟁력을 상징하던 에이블리 파트너스 실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에이블리의 빠른 성장을 이끌던 건, 상품 사입부터 배송, CS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는 파트너스 서비스였는데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파트너스 서비스에 뛰어들고, 아예 브랜드로 성장한 성공 사례들이 여럿 나오면서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블리의 파트너스 매출 증가율은 2022년 83.3%에서 2023년 13.1%로 급격히 둔화되었고요. 이러한 외형 성장에 부진에 이어, 재고 회전율도 악화되면서 운영 효율도 나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외형 실적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이는 비유하자면 마치 쿠팡의 로켓배송 관련 매출이 꺾인 것과 마찬가지의 일입니다. 로켓배송이 없는 오픈마켓 쿠팡은 굳이 고객들이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논리로, 계속 트래픽을 모아 왔던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흔들리면, 브랜드 패션이나 다른 카테고리 셀러들이 굳이 에이블리를 택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수익 기여도는 작더라도, 에이블리는 파트너스 서비스를 계속 키워야 하는 거고요.

결국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부진은, 에이블리가 못했다기보다는 사실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큽니다. 흔히 보세라 부르는 동대문 기반의 패션이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나마도 앞선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대물 풀필먼트 서비스들 다수가 최근 서비스 종료를 택할 정도로 생태계 전체가 위기 상황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에이블리는 동대문 패션 생태계를 살릴 적임자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사입 플랫폼을 넘어서 최종 고객과의 접점을 가지고 실제 거래까지 만들어내고 있고요. 풀필먼트와 상품 추천 역량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성장을 다시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동대문 전체를 다시 활성화시키려면, 앞단의 제조나 기획 단계까지 관여하고 투자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쉬인이 제조 공장까지 연계하여 빠른 기획과 생산으로 '리얼타임 패션'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입니다.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동대문이 광저우로 대표되는 중국에 열세라지만, 품질과 기획력, 브랜딩에선 분명 파고들 여지가 있습니다. 에이블리가 이러한 강점들을 살려서 동대문 패션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 및 브랜드화를 이끈다면 앞으로 더 큰 성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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