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팀 쿡은 메타버스를 저격했나?

"가상현실은 '잘 소통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조차 없다. 메타(이전 페이스북)와 다른 기업들이 가상세계 개념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정의조차 할 수 없다.(대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정의해 버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말 네덜란드 RTL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연간 수십억달러(수조원)씩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있는 경쟁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팀 쿡의 발언은 수년 동안 소문이 자자한 애플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헤드셋 개발 소문 속에 나온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도 AR을 강조해 온 애플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많은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메타버스는 ‘3D 가상현실’로 정의되기도 하는 새로운 IT기업들의 전장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팀 쿡은 그는 왜 스스로도 미래 먹거리라고 수년 전부터 강조해 온 AR 등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IT분야 영역에 이처럼 부정적 발언을 내놓았을까.

팀 쿡의 발언과 메타의 메타버스에 주력하는 상황을 비교해 보고 그의 발언 의미를 헤아려 본다.

팀 쿡, 저커버그 직격···“소비자들이 메타버스가 뭔지도 모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쿡은 네덜란드 NRL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사람들이 무언가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보통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지 정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팀 쿡은 최근 네덜란드 월간지 NRL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사람들이 무언가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나는 보통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할 수 없다고 믿으며, 그들이 가상 세계 안에서 평생을 보낼 것이라는 개념에 대해 경멸적 시각을 보였다. 그간 별로 드러내지 않았던 팀 쿡으로 대변되는 애플의 메타, 또는 메타가 주도하는 듯한 메타버스에 대한 시각은 이런 것이었던 것이다.

메타버스는 네티즌들이 들어가 똑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아바타)과 함께 게임하고, 일하고, 소통하는 일련의 가상 공간이라고 일컬어진다.

쿡은 사람들이 앞으로 가상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는 저커버그 메타 CEO의 주장에 회의론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VR]은 정말 몰입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이 평생 그런 식으로 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VR은 정해진 기간을 위한 것이지만,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한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메타(이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의 견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더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이미 지난해 10월 회사 전체를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축으로 리브랜딩하고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AR 헤드셋을 이미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인포메이션에 유출된 메타의 내부 계획에 따르면, 메타는 향후 2년 내 4개의 새로운 VR 헤드셋을 출시할 계획이며, 그중 하나의 예상가격은 799달러나 된다.

메타는 이미 메타버스 사업에 100억 달러(14조 2600억 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2014년 VR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의 5배 이상이다.

메타, 메타버스 승부수···틱톡에 빼앗긴 젊은층 되돌리고 광고침체 타개책

메타의 메타버스인 ‘호라이즌 월드’는 현재 자사의 그랜드 메타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메타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디지털 세계에서 가상 아이템과 효과를 팔기 위한 인앱 구매를 포함시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해 10월 뉴호라이즌의 워크룸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메타)

메타의 메타버스 분야 사업추진은 메타(페이스북)의 여러 핵심 앱에 대한 사용자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메타는 광고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프라이버시 관련 정책 변화, 그리고 젊은 사용자들이 대거 틱톡으로 몰려간 데 따른 현상이다.

팀 쿡의 발언은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사업 전력질주에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쿡 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발언은 일련의 최고 IT업계 C레벨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한 최신 버전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에반 슈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이 용어(메타버스)가 상당히 모호하고 가설적이라는 이유로 기피한다”며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이들에게 이 말을 정의해 달라고 요구하면 모든 정의가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데이비드 림프 아마존 전자기기 책임자도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메타버스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205개의 다른 답이 나올 것”이라며 “이 용어에 대한 ’공통적인 정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팀 쿡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커버그는 가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회사 전체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었고 메타는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AR 헤드셋을 제공한다. (사진=메타)

무엇보다도 쿡은 애플보다 앞서 메타버스에 엄청난 비용을 선투자해 대중 이미지를 확장해 나가는 회사들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에 큰 돈을 걸고 있으며, 그의 회사는 이미 최소 10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대규모 투자가 너무 성급해 이른 시일 내에 사업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자신의 관점을 또렷이 말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로 ‘메타와 다른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라는 말로 ‘호라이즌 월드’ 같은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는 이런 것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데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동시에 메타의 메타버스인 호라이즌 월드가 사용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는 애플이 최근 프라이버시 정책을 강화하면서 메타 등이 애플 고객들의 정보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한 프라이버시 강화정책을 더욱 부각하며 자사는 고객들을 우선시하는 고객중심의 메타버스를 만들려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애플은 내년에 AR글래스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팀 쿡의 애플은 아직 메타버스에 대해 저커버크의 메타처럼 크게 소리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간 조용히 가상현실 관련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외부환경 인식이나 홀로그램 관련 기술 보유 스타트업 인수 및 관련 응용서비스 개발도구를 제공해 개발그룹을 형성하면서 AR글래스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알려졌다시피 공간 3D스캐너라 할 수 있는 라이다를 아이폰에 적용함으로써 모빌리티, AR을 포괄하는 HW와 SW 연계 통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이 AR기술을 아이폰에 구현한 것은 이미 고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다. 이걸 그대로 헤드셋에 적용해 메타버스 플랫폼 진입에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과 시점일 것이다. 결국 메타가 애플 아이폰같은 선풍적 인기를 얻는 메타버스 진입 헤드셋, 또는 그 어떤 기기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베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중 하나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뭐길래?

메타버스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1992)’.

메타버스(metaverse)란 용어는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출간한 SF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에서 유래한 가상공간세계를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젠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쇼핑하고, 일하고,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몰입형 디지털 현실을 의미하게 됐다.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는 현재 이 회사의 거대한 메타버스 야망 실현을 위한 시험장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말하자면 자신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고,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 세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는 인터넷의 미래로 간주되고 실제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할 이 개념에 대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커버그는 “여러분은 메타버스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하고, 놀고, 배우고, 쇼핑하고, 창조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이것은 반드시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메타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디지털 세계에서 가상 아이템과 효과를 팔수 있도록 인앱 구매를 포함시키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IT업계 사람들을 포함한 비평가들은 메타는 물론 실리콘 밸리의 메타버스 추진에 잠재적인 어두운 면이 있다고 믿는다.

메타버스에서 17년 동안 경험을 쌓았고 유더버스(Utherverse)로 불리는 자신의 디지털 세계를 만든 브라이언 슈스터는 메타버스에 대해 “전체 인구를 세뇌하고 기본적으로 꼭두각시 마스터의 통제하에 두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소노 크래시’의 줄거리와도 일맥 상통한다.)

디지털 컨설팅 회사인 퍼블릭 사이언트의 기술 분석가인 라지 샤는 NYT에 “메타버스에 대한 메타의 입장에 대한 현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버스는 애플의 정책 변화 이후 수익성이 있거나 광고 수익의 격차를 메우기에는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유더버스)

그는 “나는 저커버그나 페이스북이 인간의 이익과 수명을 위해 돈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론 믿지 않는다. 그 돈은 사람들이 행복하거나 화가 났을 때 나온다. 그래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선택하라고?”라고 말했다.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크래시’에서는 밥 라이프라는 이름을 가진 목사가 메타버스로 들어온 사람들(의 뇌)을 감염시켜(재 프로그래밍해서) 이 공간을 자신의 세상으로 만들고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그는 이 가상공간에 들어온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스노크래시’라는 마약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한다. 일반인들은 머리에 안테나가 박힌 감시자인 ‘가고일’들에 의해 통제당한다.)

디지털 컨설팅 회사인 퍼블리시스 사피언트의 기술 분석가인 라지 샤는 뉴욕타임스(NYT)에 “메타버스와 관련해 메타의 입장에 대한 현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버스는 애플의 정 책변화(애플의 아이폰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이후 수익을 내거나 광고 수익의 격차를 메우기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물론 메타가 IT업체들 가운데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이 사업을 주도해 나가고는 있지만 이게 한 회사가 만들 수 있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저커버그는 아마추어적 그래픽으로 포장된 첫 번째 버전으로 혹평을 받은 후 자신의 메타버스 공간인 ‘호라이즌 월드’의 아바타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메타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있든 없든 메타버스는 존재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하룻밤 사이에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 중 많은 것들이 향후 10-15년 안에 완전히 실현될 것이다”고 말한다.

저커버그는 아마추어적 그래픽으로 포장된 첫 번째 버전으로 혹평을 받은 후 자신의 메타버스 공간인 ‘호라이즌 월드’의 아바타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디인포메이션에 유출된 내부 회사 계획에 따르면 메타는 향후 2년 내에 4개의 새로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출시할 계획이며, 그중 하나의 예상 가격은 799달러다. (사진=메타)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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