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썩은 동아줄' 아니란 법 있어?

우리나라 전래동화 '해님 달님이 된 오누이'에서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을 잡고 올라간 오누이를 쫓아 썩은 동아줄을 잡은 호랑이는 땅에 떨어져 죽습니다.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IPO(기업공개)를 통해 시가총액 100조원의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야금야금 장악하고 있던 쿠팡의 위협이 실체화 된 것이죠. 

국내 유통업계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 2위 쿠팡의 약진은 시장 데이터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수천억원의 적자임에도 성공적인 미국 증시 상장으로 핵폭탄급 무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만큼, 신세계나 롯데 같은 전통적 유통 강자들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오프라인 꼰대라서 그럴까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만큼은 맥을 못추고 있는 이들은 3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 추정치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1위는 연간 거래액 26.8조원의 네이버 쇼핑으로 시장 점유율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는 20.9조원의 쿠팡(점유율 13%), 3위가 옥션-지마켓-G9를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입니다. 연간 거래액 20조원으로 1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죠. 

4위는 11번가로 거래액 10조원(점유율 6%), 그 다음이 롯데온(7.6조, 5%) 순입니다. 

신세계-이마트가 좀 애매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신세계그룹의 전자상거래 SSG가 지난해 40% 성장을 했고, 정용진 회장의 지원으로 급성장을 해오고 있죠. 일부 보고서에는 오프라인 인프라와 신선식품, 그리고 SSG를 더해 전자상거래 빅3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누가누가 급한지 대충 그림이 나옵니다. 

전통적인 유통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전자상거래 '빅3' 진입을 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비즈니스 DNA가 없어선지 해도해도 안되는 마케팅은 접고, 돈을 주고 3위 이베이코리아를 집어 삼키는 전략 밖에 없습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도 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탈통신-플랫폼화를 선언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기반의 강점을 전자상거래로 펼치고 싶어 합니다. 실적 부진에 빠진 11번가를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의 완성 때문이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하게 되면 단번에 1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1위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픈마켓 기반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덩치 키우기용으로, 네이버가 추구하는 쇼핑 생태계 구축에 그렇게 필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네이버는 신세계-이마트와 혈명(주식 맞교환)을 맺고 오프라인(유통과 물류 확보)으로 훅~ 나가버렸습니다. 쿠팡과의 진검승부만 남은 것이죠. 

상장으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쿠팡 역시 이베이코리아를 돌아볼 필요가 없죠.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전자상거래-유통-물류를 아우르는 유통업계의 '찐기업'이 되고자 하는데, 오픈마켓 기반이 이베이가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카카오도 물망에 올랐었지만,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됐지만, 카카오톡 기반의 자체적인 성공모델을 키우려는 방향을 잡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분명히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연간 거래액 20조원, 시장 점유율 3위, 매출액 1.5조원, 영업익 850억원(이상 2020년 추정치). 심지어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해 오고 있습니다. 직원수 또한 2020년 연말 기준 870여명으로 경쟁사 대비 가장 인력수가 낮아 가성비 또한 뛰어나죠. (더벨의 추정자료를 보면, 쿠팡 직원수는 4만8천여명, 11번가는 1085명 등)

그렇다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길 원하는(예비 입찰에 참여한)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SK텔레콤 등에게 이베이코리아는 과연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일까요? 

수치상으로 보면 매력적이지만, 몸값 4~5조원의 이베이코리아의 미래 경쟁력을 놓고 보면 꼭 좋은 결과만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시류한 한물 간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합니다. 옥션, 지마켓, G9 또한 브랜드 인지도가 예전 같지 않죠. 대세인 네이버와 쿠팡의 마케팅 전략에 밀려 3위로 추락하는 수년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그냥 현상 유지에만 급급했던 모양새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을 보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흐름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은 빠른 배송입니다. 즉 물류망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나는 것이죠. 네이버는 플랫폼 경쟁력에 신세계와의 혈명을 더했습니다. 쿠팡은 물류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었죠.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다는 것은 시장 경쟁에서 자생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이지만, 썩은 동아줄일지 튼튼한 동아줄일지는 확신할 수 없는 매물이기도 합니다. 

쿠팡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시장 쟁탈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준핵폭탄급 매물인 이베이코리아 매각도 시작됐고요. 본입찰이 진행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후, 더욱 다채로워질 전자상거래 업계의 이슈가 기대됩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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