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시대, 여전히 '대면 교육'이 중요한 이유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발전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당시 사람들은 대면(오프라인) 교육이 이러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오프라인 교육은 계속해서 유지됐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온라인 교육(이러닝, 온라인 실시간 강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더 이상 교육을 미룰 수 없었던 기업들이 비대면 교육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지금, 기업들은 온라인 교육부터 대면 교육까지 다양한 교육방식을 아우르는 학습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대면 교육이 여전히 공고히 자리를 지키는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같은 공간에서 눈을 마주치면서 함께 호흡하는 대면 학습 경험은 학습자의 이해와 참여, 몰입의 질을 높인다.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얼굴 표정, 시선, 고개 끄덕임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파악한다. 이러한 비언어적 단서는 강사가 학습자의 이해 수준과 참여도를 판단하고 강의 내용을 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수준이 높거나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강의장에 흐르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타운홀을 대면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운홀은 구성원과 최고경영자가 사업 비전, 조직 문화 등 회사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타운홀이 제한되었지만, 최근에는 대면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2023년 2월부터 대면 타운홀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대면 타운홀 미팅은) 필터링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질문과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둘째, 대면 교육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그룹 활동을 촉진한다. 대면 교육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보다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다. 또한, 동료 학습자를 직접 관찰하면서 배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해커톤이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구성원들이 팀을 이뤄 한정된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 등을 개발하는 활동을 말한다. 교육에서 해커톤은 조직 내 실제 문제를 해결해 보는 액션러닝, 코딩 교육 등에 활용된다.

하나카드는 빅데이터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해커톤을 진행한다. 학습자들은 사전에 파이썬 등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학습한 후 해커톤에 참여한다. 2020년에는 하나카드 신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아파트 실거래가 예측 모델 개발’을 주제로 해커톤이 진행됐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는 학습, 현업 적용, 성찰이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오후에는 업무에 복귀해 배운 스킬을 바로 업무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오전에 고객응대 스킬을 배우고, 오후에 실제 고객과 통화하며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식이다. 그런 다음, 동료 학습자들과 다시 만나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적용했는지 되돌아보며 학습 효과를 높인다.


셋째, 학습자 간 네트워킹은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대면 교육에서 학습자들은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세렌디피티(Serendifity, 뜻밖의 발견)를 획득할 수 있다. 가령, 평소 교류가 없었던 동료와의 대화를 나누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협업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유대감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 오늘날의 재택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약화될 수 있는 유대감과 소속감을 대면 교육이 보완하는 것이다.
신입 구성원이 조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온보딩 교육은 팬데믹 기간 동안 메타버스,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온보딩의 목적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동료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SK, 한화 등 많은 기업들은 신입사원 연수를 다시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함께 모여 소통하고 고민할 때, 우리는 ‘성장’한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구성원에게 남긴 유산 중 하나는 사내 교육기관인 ‘애플 유니버시티’이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교육과정 기획에 참여했을 정도로 애착이 컸다고 한다. 암이 악화돼 두 번째 병가를 내기 전, 스티브 잡스는 애플 유니버시티 학장인 조엘 포돌니(Joel Podolny)를 불러 “설립자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설립자의 철학이 구성원들에게 내면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가 사망하자 주식시장과 언론은 애플의 미래를 우려했다. 하지만 애플은 2023년 시총 3조 달러를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임을 증명해 보였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뒤에도 ‘애플 유니버시티’를 통해 그의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

이러한 ‘학습’의 가치는 온·오프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대가 되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대면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시간인 대면 교육, 우리 조직은 대면 교육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때이다.


* Source: 애플 유니버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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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세계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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