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IT 기업 직장 내 괴롭힘?’ 상장 앞둔 크래프톤 시끌

직장 갑질 감수성 낮은 한국 사회...스타트업, IT분야 갑질 지속적으로 드러나

글로벌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졌다. 최근 크래프톤 일부 직원이 A 유닛장과 B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한 것이다.

크래프톤의 흥행작 배틀그라운드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올해 ‘IPO 최대어’로 주목을 받은 크래프톤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고용청에 제출한 크래프톤 직원들의 진술서에는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 이후 새로 부임한 유닛장과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IT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네이버에서 상사의 ‘갑질’로 인해 개발직군 직원 C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비롯해, 카카오의 한 임원이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폭언 뒤 폭행을 가해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속적인 야근 요구, 직원은 이명 발병

크래프톤 직원이 고용청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A 유닛장은 팀장 회의에서 “향후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 짜야한다”며 야근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한 반일 휴가(반차)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급기야 한 직원이 이명까지 발병하며 “이명이 악화될 수 있는 관련 업무를 줄여달라”고 요청했으나, B 팀장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언급했다고 한다. 또 연장, 휴일 근무에 반발이 이어지자 B 팀장은 “A 유닛장은 누구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며 “앞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는데,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한 진술서에는 B 팀장이 “A 유닛장이 연봉 협상 기간에 자신보다 연봉이 높은 소속 직원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나 있다”며 “그 직원이 우리였으면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A 유닛장은 지난 4월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3.3제곱미터(약 1평) 남짓한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로 해당 직원들은 정신 건강전문의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먹는 등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최초 고충 신고를 접수한 회사 측 역시 부적절하게 대응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사팀과 면담 일정이 잡힌 해당 직원이 ‘변호사를 대동하겠다’고 하자 사측 담당자가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변호사 동행은 불필요하다’며 “꼭 필요하다면 2차 면담에서 허용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 끊이지 않는 ‘직장 내 갑질’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을 내 놓으며 그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렸다. 시행 2년을 다 되어 가고 있는 지금, 과연 이 법이 직장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기준 *출처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최근 직장인 12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사 대상의 77.8%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50% 이상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법 적용의 모호성을 들 수 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에 직장내 괴롭힘은 ①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이 많고, 법 조문의 모호함에 의해 실제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법이 시행되고 2020년 말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7953건인 데에 반해 실제 검찰 송치로 이어진 건은 94건으로 1.18%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검찰이 기소 의견을 낸 건은 29건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들어 수평적인 문화와 유연함이 장점으로 꼽혔던 IT기업에서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사)직장갑질119’에서 지난 6일 공개한 스타트업 및 IT기업 내 ‘갑질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5월 사이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제보를 조사한 결과, 10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532건으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괴롭힘 1건 손실비용 1550만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1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업에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최소 1550만원(중견기업 기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15개 산업 분야에서 인건비 손실을 모두 합치면 연간 총 4조 7835억원의 비용 손실이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직장갑질119의 직장 갑질 지수 체크리스트 예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 ‘(사)직장갑질119’에서 교수,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12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개발한 직장 갑질 지수를 적용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갑질 감수성 지수는 평균 68.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등급(A~F) 중 4등급(D)에 해당한다. 갑질 감수성이 가장 낮은 5개 항목은 △불시 퇴사시 책임 추궁 △업무능력 부족 직원 권고사직 종용 △시간외근무 지시 △부당한 지시 △채용공고 과장 순이었다. 그 외에도 휴일과 명절 근무, 신입사원에 대한 위압적인 교육문화, 휴일 체육대회, 회식, 음주 문화도 직장 갑질 감수성이 낮은 항목에 포함됐다.

이처럼 직장 내 갑질이 지속되는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보다는 일과 회사, 집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갑질 감수성 지수를 낮추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해 온 괴롭힘들이 위법하다는 것을 적극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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