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과학 정책을 설계하고 연방 연구 자금을 배분하는 독립 기구인 국가과학위원회(NSB) 위원들을 전격 해임하며 과학계에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NSB 위원들은 백악관으로부터 자신의 직위가 즉시 해제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과학재단(NSF)의 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NSB는 미국 대학 기초 과학 연구비의 약 25%를 집행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구다. 지난 75년간 MRI와 휴대전화 기술 등 인류의 삶을 바꾼 혁신적 연구를 뒷받침해 온 과학계의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해임 조치로 인해 국가 핵심 과학 인프라를 관리하는 통제 탑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의 반응은 격렬하다.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소속 조 로프그린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혁신 동력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조치”라며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첫날부터 NSF를 공격해 왔으며, 이번에는 재단을 이끄는 위원회 자체를 파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계 역시 임기가 보장된 위원들을 정치적 이유로 축출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해임의 구체적인 사유나 해임된 위원의 정확한 수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온 5월 정기 이사회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수조 원대 연구 예산 배정과 주요 과학 프로젝트 승인 절차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학의 독립성과 행정부의 권력이 충돌하는 이번 사태는 향후 미국 과학 기술 정책의 향방을 가름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