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지역밀착형이 돼가는 VC의 스타트업 투자

벤처캐피털이 지역밀착형의 로컬 비즈니스인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그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만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는 그중 가장 유명한 예입니다. 실리콘밸리를 가리키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지금도 VC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입니다. 많은 VC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이곳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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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IR자료나 리서치 리포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식 투자와는 달리, VC 투자에 필요한 정보 수집은 창업팀과 직접 만나 듣거나 다른 VC 등으로부터 귀띔을 해 받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칼트레인 역 바로 근처에 있던 The Creamery라는 카페는 오랜 세월 VC와 창업자가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주위에서 하는 말만 들어도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곳에서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The Creamery in San Francisco

하지만 이 트렌드는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VC들은 자신이 사무실을 차리고 있고, 인력을 두고 있는 지역 이외에서의 투자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와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는 실리콘밸리의 톱클래스 VC입니다. 그들의 팀원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자에서 캘리포니아 이외의 투자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Khosla Ventures와 Founders Fund의 캘리포니아주 이외에서의 시드/초기단계 투자처의 비율(PitchBook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자가 작성)

그것은 두 가지 변화에 의해서 초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이제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이 기사이 기사에서도 다루었듯이 지금은 어디서나 좋은 스타트업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dbt Labs라는 스타트업은 현재 $4.2B(약 6조 원)의 밸류에이션이 붙은 급성장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설립된 Olive도 $3.9B(약 5.6조 원)로 평가가 되어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이들 외에도 지금까지는 스타트업계에서는 불모지로 여겨졌던 곳에서도 계속해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변화는 VC와 창업자가 같은 물리적인 장소에 없어도 서로를 찾고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데이터 분석을 통한 딜 소싱도 보편화되면서 반드시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도 투자 안건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또한 Zoom과 같은 생산성 툴 사용의 정착은 누구나가 어디서나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경을 넘는 장면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정상급 VC 중에는 꼭 해외에 사무실은 없지만 다른 나라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베팅을 늘리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록(Greylock)과 같은 다른 정상급 VC들은 지금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VC에서 각각 지역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약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10년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강점을 가져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은 모든 VC에게 중요한 주제가 될 것입니다.

The Creamery는 2020년 망해버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장소에서 여러 VC들 그리고 창업자들을 만나 투자 이야기나 스타트업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References:

A requiem for The Creamery - https://techcrunch.com/2020/08/17/a-requiem-for-the-creamery/

본 기사의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록

yk@vridg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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