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성전자는 브랜딩에 실패했을까?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분기 실적발표가 있었는데요.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가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 매출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매출보다 2배이상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자면, 지난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중 삼성전자가 22%를 가져가면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85%에 해당하는 110억 달러를 애플이 가져가고, 삼성이 12%를 가져갔다고 합니다. 덜팔고 훨씬 많이 벌어들인 것이죠.

이와 같은 배경에는 평균판매가격(ASP, Average Selling Price)가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애플 아이폰의 매출은 아이폰 14, 프로, 프로맥스 시리즈와 같이 프리미엄 폰으로만 구성되는데 반해, 삼성의 갤럭시 매출은 대부분이 보급형인 A시리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폰의 ASP가 990달러 수준인데 반해 갤럭시의 ASP가 320달러에 그치고 있는 이 문제가 삼성과 애플의 영업이익 차이를 불러오는 것이죠.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전략이 한동안 시장에서 먹히면서 출하량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리퍼비시폰(리퍼폰, 반품폰, 전시폰 등)등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가 둔화세를 경험하면서 시장에서는 인당 생애 스마트폰 구매빈도는 낮아졌고, 이로인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로 넘어갔다는 관측입니다. 

이와 같은 프리미엄 선호현상이 대두되면서, Z시리즈를 포함해 S, A, J, M, F 등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라인에 이르는 삼성의 다방향 판매 전략은 빛바래기 시작합니다. 삼성의 브랜딩은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요?

1. 시장 포지션 붕괴

-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삼성 갤럭시S 시리즈만으로 이미 아이폰의 아성에 도전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바로 2011년이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삼성의 두번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가 출시됐던 때입니다.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삼성이 애플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합니다. 물론 이 즈음부터 S-R-W-M-Y 하이엔드부터 로우엔드까지 라인업을 다양하게 깔아놓으며 비극이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S만으로도 아이폰4에 대항할 수 있는 폼팩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점유율 확대와 매출 증대, 저변확대 등을 목적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딩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2. 갤럭시S? 엣지? 노트? FE? 원칙없는 네이밍 배열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의 폼팩터가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가령 애플의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은 아이폰, 태블릿은 아이패드, 노트북은 맥북, 이어폰은 에어팟, 웨어러블은 애플워치 이렇게 1폼팩터 - 1브랜드 네이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로 하여금, 애플의 해당 폼팩터를 고민할 때, 아이폰 13일지 14일지만 고민하는 되는 것이죠. 최근에 들어와 +, pro, pro max 등 플래그십 기본 폼팩터에서 화면이나 처리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추가 프리미엄 브랜드 네이밍을 덧대었지만, 고객입장에서 아이폰은 헷갈릴 것이 없습니다. 

반면 갤럭시의 라인업은 SRWMY 이후 가열차게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모든 플래그십 S시리즈의 파생형 모델을 냈는데요. S3의 경우 mini, neo 등으로 시작하더니, S4에서는 active, zoom 까지 확장합니다. 급기야 S5에서는 Sports까지 확장한 이후 브랜드 정비가 되었는지, S10 시리즈전까지는 Active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생형 시리즈를 없앴습니다.

 

그리고는 최근 5년내 S 기본 시리즈와 +, 울트라로 브랜드 정비를 하였지만, 여전히 FE(Fan Edition, 준하위모델)시리즈를 간간히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끊임없이 플래그십 안에서도 확장에 대한 압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S시리즈 하나만이 아닙니다. 최근 폴더블 시리즈 Z시리즈가 나왔지만, 이외에도 보급형인 A시리즈만 하더라도 2015년부터 매해 S의 하위모델을 적게는 3개 많게는 17개 시리즈를 토해내며 고객은 물론 판매자들까지 스마트폰 구성을 알 수 없도록 지저분한 브랜드 네이밍 라인업을 뿌려왔습니다. 그동안 J시리즈로 흩어졌던 로우엔드 시리즈를 A시리즈로 흡수했다는 데에 의의는 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갤럭시는 어떤 폰인가를 생각했을 때 복잡한 브랜드 네이밍들로 인해 일관성이 없다는 시각이 많죠.

사실 스마트폰 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다양한 시도는 칭찬할만하지만, 태블릿만 보더라도 S와 A시리즈 그안에서도 with pen, lite, 10.1 10.5, 8.0 등 일관성 없는 디스플레이와 구성으로 매번 2차 판매시장에서도 서로간의 급간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이죠. 

뿐만 아니라, 워치 역시도 클래식시리즈와 워치시리즈, 프로시리즈가 서로 동시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 하나의 폼팩터의 서로 다른 네이밍과 티어들이 생기면서 고객의 경험은 분산되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죠. 

3. 대체 왜 브랜드 네이밍에 원칙을 못가져갈까?

무엇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현 MX)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던데에는 매출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중국 스마트폰이 중저가 시장을 가져가고, 삼성의 선택지는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전략이 2011년부터 4년간 꽤 유효하게 적용되었다는 것입니다. S가 한국과 북미 등지에서 이끌고 뒤에서 A와 J시리즈가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에서 꽤 선전을 해주면서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에서 쌍끌이하던 시절이었죠.

사실 그러나 대체로 삼성전자의 사업부가 최근에 들어서 최고의 기업이 된 데에는 반도체 메모리사업부의 선전이 컸던 만큼, 무선사업부의 매출 위치는 삼성전자 전체로 비추어볼 때 반도체 다음이 맞았습니다. 따라서, 무선사업부의 지속적인 성장과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2015년 이후 아이폰 일색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면서 결심을 했어야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중저가폰의 주요시장이 중동, 아시아, 유럽등이라고 했지만, 세대 연령으로 보면 10대에서 오히려 더 강했습니다. 이는 브랜딩에 치명적이었는데요. J,A시리즈를 사용해본 10대 사용자들은 S에 비해 떨어지는 기능과 서비스들로 인해, 다음 스마트폰을 플래그십으로 넘어가며, 이는 J,A가 심어준 갤럭시 중저가 경험으로 인해 갤럭시S가 아닌 아이폰 시리즈가 선택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쏠림현상은 1020세대의 아이폰 선호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생애 스마트폰 경험의 시작이 아이폰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 또한 이와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요? 재미있게도 애플의 중저가 전략 역시 같은 아이폰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아이폰 7시리즈가 나온다면, 성인, 플래그십사용자들이 먼저 7시리즈를 이용할 때, 청소년, 중저가 타겟 사용자들은 기존 5,6시리즈의 2차판매시장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5,6시리즈를 물려받거나, 가격이 떨어진 중고마켓에서의 거래를 통해 아이폰 구형 시리즈를 접하는 것이죠.

이와 같은 현상이 가능했던 것은 당연하게도 사후 서비스가 확실한 애플정책에 있었습니다. 신형 시리즈가 나오면 막히는 OS업데이트와 더불어 현격한 기능차이 등으로 인해 기존 갤럭시 모델 사용자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반면, 아이폰 이용자들은 새로운 폼패터를 사지 않아도, 기존 폼팩터에서 OS만 올려서 충분히 다음 시리즈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이처럼 중저가 전략에서도 별로 시리즈를 내지 않고 아이폰의 구형모델을 경험시키면서 아이폰 경험자를 늘려나간 애플의 정책은 출시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청소년이었던 친구들이 소득높은 사용자로 전환되면서 아이폰 점유율의 주축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갤럭시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플래그십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서 기존의 A시리즈라는 필요악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매출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생하는 사전예약별 혜택 상이한 정책 등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갤럭시는 앞으로도 프로모션하지 않으면 사기 힘든 스마트폰, 다음세대나올때 출고가가 떨어졌을 떄 사면 좋은 스마트폰 등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힘들것입니다.

본 기사의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글쓰는 워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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