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뭐길래?···엔비디아 뺨친 성장없는 질주

지난 14일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의 성공적 나스닥 상장 소식이 들려왔다. 상장 주체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투자한 삼성의 이재용 회장도 웃었다.

암은 첫날 25% 급등한 63.59달러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을 거의 68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암의 성공적 나스닥 데뷔는 사실 뜻밖일 수 있다. 반도체 설계 로열티가 주 수입원인 이 회사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이처럼 투자자들이 뒤를 받쳐 줄까 하는 것이다.

과연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설계”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성장률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까.

CNBC가 이 흥미로운 속사정을 짚었다.

암의 엄청난 주가수익률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르네하스 암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14일 암의 성공적 나스닥 데뷔는 2016년 회사를 인수한 후 이를 막 분사시킨 소프트뱅크에게도 투자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몇몇 배경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암은 지난 12개월 동안 170배에 가까운 주가 수익률(PER)을 기록했다. 이는 109배를 기록한 엔비디아와 비교할 때 프리미엄 가격이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Arm)이 어떻게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급부상에 힘입어 대세가 된 엔비디아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회사가 됐는지 궁금질 수 밖에 없다.

눈에 띄는 두 회사의 차이점을 찾자면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매출은 2배로 성장했고, 이번 분기에 17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암의 매출은 지난 분기에 감소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나 투자자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암의 수익률이 엔비디아보다 높을까.

암의 2023회계년도 매출은 26억8000만달러로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매출액 269억달러의 10%도 안된다.

그런데도 이처럼 높은 이익률을 보이는 것은 지난 4분기 동안 4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그친 반도체 회사치곤 엄청나게 높다.

실제로 암의 주가수익률은 170배에 가까운데, 이는 AI 워크로드 수행용 그래픽칩(GPU) 개발사인 엔비디아의 전분기 대비 수익률인 109배보다도 높다. 심지어 엔비디아는 올해 주가가 3배이상 상승해 S&P 500의 다른 회원사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나머지 반도체 회사들은 그 부근에도 근접하지 못한다. 미국 30대 반도체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인베스코 PHLX반도체 ETF(Invesco PHLX Semiconductor ETF)의 PER은 겨우 21배에 그친다.

도대체 암이 뭐길래?···ARM의 성장없는 위험한 질주

상장 후 암 주가 추이.

도대체 암이 뭐길래 이처럼 엄청난 주가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까.

투자자들이 보기에 엔비디아와 암은 성장률에서도 그 반대방향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엔비디아가 큰폭 성장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에 매출 2배로 증가했고, 주요 클라우드 회사들의 AI 칩 지출 확대에 따라 이번 분기에 170%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암은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분기에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 대학 재무학 교수이자 오랜 IPO 전문가는 “성장이 없는 회사가 100배가 넘는 PER을 보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는 "회사가 성장을 다시 시작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몇 가지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암 CEO가 말하는 암의 성장 자신감

엔비디아 주가 추이.
엔비디아의 매출. (자료=스타티스타. 단위=10억달러)

현재 대형 암 주식은 공개 시장에 없다.

공모 직후 거래되고 있는 약 10억 3000만 주의 주식 중 소프트뱅크가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32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거래로 암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손정의 회장의 주요 목표중 하나는 물론 유동성 확보다.

흥미롭게도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49억 달러 가치의 주식 중 7억 3500만 달러는 애플, 구글, 엔비디아, 삼성, 인텔 등 전략적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물론 암 주식은 14일 1억 2658만주가 거래되며 나스닥에서 5번째로 활발하게 거래됐을 정도로 물량이 충분했다.

그런데 장기 투자자로서 이러한 수준에서 암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베팅해야 한다.

암은 IPO 투자자 안내서에서 자사 기술이 “AI 기반 컴퓨팅으로의 전환에서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현재 암의 반도체 설계는 전기차와 데이터 센터를 포함해 시장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다.

르네 하스 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 분야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AI가 있다. AI는 암에서 작동한다. 오늘날 암 기반이 아닌 AI 장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암은 IPO 투자자 안내서에서 자사의 반도체 설계를 적용한 제품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25억 달러에서 2025년엔 246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 6.8% 성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암이 더 크게 번영을 이루려면 시장 점유율 증가와 경제성 향상이 필요하다.

이 안내서는 “우리는 칩 설계의 비용과 복잡성이 계속 증가할 것이며 각 칩에 포함된 기술의 더 많은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로 인해 로열티는 각 칩의 총 가치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한 벤처투자자가 암에 투자하려는 이유···“대체 불가능한 회사”

오늘날 암은 거의 모든 반도체 기본 설계로 사용된다. (사진=위키피디아)

로버트 오구즈 벤처 사이언스의 창립 파트너는 자신의 투자 회사가 IPO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할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이익률을 보인 암의 사례에 대해 “약간의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 회사 기술이 많은 핵심제품에 보편적으로 들어가 있는 대체 불가능한 회사”라고 말했다.

2023 회계연도 암의 총마진(총 매출에서 원가를 뺀 이익 비율)은 96%였다. 이는 암이 로열티로 많은 돈을 벌고 하드웨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총마진은 70%였으며, 이는 전년 동기의 44% 미만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에 인텔과 AMD의 총마진은 각각 36%와 46%였다.

암의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은 25%였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재고 과잉으로 인해 반도체업계가 많은 수익에서 많은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구즈는 “이 회사는 상품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그 모든 것들을 다 합치면 미래 수익에 대한 배수를 계산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성장률속에서도 계속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지는 좀 더 길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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