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뒤처지는 SI 업계..."사회공헌만으로는 부족해"

ESG가 공공 · 민간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대형 SI(시스템통합)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점차 IT 시스템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ESG 이니셔티브로 이동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SI 기업으로서는 ESG 요구에 맞출 수 없다면 결국 선택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SI 기업에게 특히 ESG가 중요한가?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 경영 혹은 평가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기업 경영 및 평가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과 같은 재무적 요소만 중시됐다면, 이제는 전 지구적 환경 오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혼란,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도 기준을 활용해 사회적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게다가 ESG 실적이 강한 기업들은 투자 수익률이 높고, 경영 리스크도 낮으며, 탄력성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글로벌 투자 펀드를 중심으로 ESG에 맞춰 투자 기준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CFA 협회 연구에 따르면, 전문 투자자들 중 35%가 ESG 투자로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밝혔으며, 오는 2025년까지 ESG 관련 투자 비율은 전체 투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은 기업은 성과를 내고 투자 받기 위해 전사 시스템을 ESG 중심으로 옮기는 가운데, SI 업체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IT시스템에 관한 기획·개발·구축·운영까지의 모든 사업은 ESG 기준에 따라 수행할 수밖에 없는 핵심 영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SI 업체는 자신들부터 ESG를 옮기지 않으면 기업(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SI 업계의 고질병 중 하나인 높은 그룹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 불공정 하도급 계약과 그로 인한 개발자 과로 문제 등이 ESG 평가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불어 SI의 특성상 SI업체의 매출액 등 재무적 요소가 인프라 구축 서비스에 더해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이 포함되어 그동안 정확한 기업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ESG 기준에 따른 SI업체에 대한 가치 평가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이미 SI업체의 주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공공·민간 조직은 ESG로 경영 환경을 개편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공부문이 ESG 이행을 선도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ESG 공시항목을 확대하고, ESG 경영 우수기업에 대해 관계부처 재정사업 지원시 우대 등의 인센티브 등 관련 정책을 집중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가된 ESG 공시 항목 중 '안전 및 환경' 부문은 공공기관의 시스템을 구축 · 운영해야 하는 SI기업로서는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이슈다.

SI의 대표적 고객사인 금융권 역시 ESG로 기준을 세웠다.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 내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한다고 밝혔으며, 하나금융그룹은 2050년까지 그룹 전 관계사에 순 배출량이 '0(ZERO)' 상태의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각 그룹사 CSSO(전략·지속가능부문 최고책임자)를 임명해 ESG 전략을 각 계열사 실제 경영활동에 반영했으며, 우리금융그룹은 ESG TF를 발족해 중장기 전략 수립, 탄소제로 이행계획 수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정부 주도의 ESG 전환 노력에도 SI 업계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자율 준수 기준 마련을 통해 국내 대기업 SI업체의 '일감 개방'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ESG 평가의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당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 상생은 일감나누기"라며, "공정거래협약을 평가할 때 일감 개방 실적을 반영하는 등 기업들의 일감 나누기 문화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그룹 내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SI업체로 하여금 지배 구조, 즉 거버넌스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보는 쪽과 IT 특성상 외부에 맡기는 건 어렵다는 쪽으로 나뉘고 있다.

ESG, 먼저 시작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

하지만 이미 타임라인은 나온 상태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내년 5월부터 대기업에 SI 계열사의 내부 거래 현황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결국 먼저 ESG로 전환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반면 SI 업체들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ESG 눈치 싸움 중이다. 현재 삼성SDS는 임직원 참여 코딩·IT교육 봉사활동, LG CNS는 'AI지니어스' 등 청소년 교육 지원, SK (주)C&C는 사회적 가치 활동 지원 플랫폼 '행가래' 앱을 활용한 사회 활동 등 각 사는 사회 공헌 분야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공헌만으로는 ESG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경영평가 전반의 점수를 올리기 어렵다"며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직원 참여 중심의 공헌 활동 이외에는 삼성SDS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하며 ESG 경영활동 성과를 공개하고 있는 정도다. 이에 대해 SI 기업 관계자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등 여러 측면에서 업계의 ESG 전환 노력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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