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기대 사이'...폐지되는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됩니다. 게임이 청소년에 끼치는 폐해를, 도박과 같은 중독 개념에서 과몰입으로 완화시켰고,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여성가족부 소관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제도였죠.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게임 시장과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게임 중독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사회문제가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가 '온라인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보도를 낸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텐센트 압박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게임 산업이 국가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정부의 강제적인 제한 보다는 선택적인 제한을 두자는 쪽에 힘이 실린 것이죠. 그 주요 근거로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자율권과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청소년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론이 득세를 했습니다.

결국 지난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셧다운제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 10년 만에 폐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셧다운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로

앞으로는 게임 제공시간 제한제도는 문체부의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됩니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18세 미만의 본인과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시 원하는 시간대로 게임 이용시간을 조절하는 제도입니다.

폐지 발표 전에 최근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여론은 게임시간 선택제로 어느 정도 수렴된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게임 폐해에 대한 '중독→과몰입'으로의 단어 변경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실상 사회적으로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단어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 외에도 유튜브나 인터넷 등 과몰입할 대상이 넘쳐나죠. 이런 상황에서 게임만을 중독이란 단어로 묶어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습니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온라인 PC게임에 적용되는 제도인데,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었죠.

결국 자정이 넘어서도 PC 게임을 차단하지 않고, 개인과 가정의 자율에 맡기는 게임시간 선택제가 도입이 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또한 이러한 자율적 조절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도 하죠.

다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게임 폐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제도였다는 점에서 폐지를 무조건 환영할 것은 아닙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쾌락적 속성과 과몰입성, 그리고 실제적인 금전이 오고가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중독'으로 우려할 수 있는 요소가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일부 학부모단체 등 셧다운제 유지를 고수하는 측은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된 환경에 맞춰 셧다운제를 모바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모바일기기 이용 청소년 중 게임 과몰입군과 과몰입위험군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합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게임 업계는 환영의 뜻

이미 화살의 시위는 당겨졌습니다. 온라인 PC 게임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죠. 

새로운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도 공개됐습니다. 게임시간 선택제의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게임별로 신청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게임문화재단이 일괄 신청대행 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게임시간 선택제 이용방법을 알리기 위해 게임업계·인플루언서·게임 유튜버 등과 협업을 통해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지원하는데,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내용과 특징을 안내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보호자 이해도를 높이고 자녀보호기능을 안내하는 구글·애플의 게임 이용지도서를 교육청과 함께 보급합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그리고 사행심을 유발하는 청소년 유해요소를 막기 위한 '어느 정도'의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사후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황희 문체부 장관은 “게임은 청소년에게 주요한 여가생활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매개체”라며 “청소년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72개 게임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갈라파고스 규제인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하며 관련 법안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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