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서 한수 배웠다···농사용 로봇 경로탐색법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정보과학대의 레 주 연구팀은 농업용 자율주행로봇이 옥수수밭 같은 곳에서도 길을 헷갈리지 않게 해 줄 항법(경로 탐색)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말 그대로 ‘개미의 지혜’를 빌어왔다. 즉, 개미의 뇌에 있는 버섯본체(mushroom body)(사진 맨위)를 분석해 이 알고리즘을 뉴로모픽 컴퓨팅에 적용했다. 이로써 풀이 많은 유사한 환경에서 먹이를 찾아 집까지 돌아오는 개미 항법의 비밀을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오케이저널 크리처 팩트)
영국 서섹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20년 개미뇌의 버섯본체가 시각 기반 항법의 원천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은 간접적 증거를 통해 개미 뇌의 버섯본체가 개미의 항법(경로 탐색) 작업시 시각적 메모리의 기판일 수 있으며, 컴퓨팅 모델링을 통해 개미 뇌 버섯몸체 신경 아키텍처가 탐색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진=커런트바이올로지)

최근 농업용 로봇이 급속히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력 부족, 영농 효율성, 탄소 배출 저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와인 농장 등에서는 과수원 제초와 수확용 등으로 자율이동차량(로봇) 농기계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다만 보급 확산을 위해 추가로 해결할 과제가 있다. 농업용 로봇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려면 작물이 울창하게 자란 아이오와주 옥수수밭에서처럼 위치를 혼동하기 쉬운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이동할 때 정확히 지형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정보과학대의 레 주 연구팀은 최근 이런 환경에서도 길을 헷갈리지 않고 자율이동로봇을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알아냈다. 말 그대로 ‘개미의 지혜’를 빌어 왔다. 즉, 개미의 뇌를 분석해 풀이 많은 유사한 환경에서 먹이를 찾아 집까지 돌아오는 항법(경로 탐색)의 비밀을 찾아냈고, 이를 뉴로모픽(뇌신경망을 본뜬) 컴퓨팅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제 이 모델을 로봇의 환경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후각이나 소리와 같은 다른 감각 양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키큰 옥수수숲 등에서도 거뜬히 위치 탐색하고 작업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과학자들은 개미들의 뇌에 있는 버섯본체의 탐색(항법)원리를 그대로 뉴로모픽 컴퓨팅에 적용해 농업용 자율이동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울창한 숲이나 옥수수같이 키 큰 작물로 가득한 곳에서 길을 찾으려는 로봇을 상상해 보라.

경치가 변하기 때문에 친숙한 랜드마크에 의존할 수 없게 되고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인다.

이 시나리오에서 로봇이 다니는 경로는 자기 유사성이 높고 고르지 않은 지형에서 변화하는 조명 조건과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나뭇잎에 대한 바람의 영향은 입력치 변화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로봇들이 스스로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고 앞서 방문했던 장소들을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과학자들은 개미의 뇌 구조를 모방해 키 큰 옥수수 밭과 같은 복잡한 자연 환경에서도 로봇이 경로를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인공 신경망을 개발했다.

농업용 로봇은 특히 울창한 식물생태계에서 시각적 탐색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는 로봇 응용 분야다. 에든버러대 연구진의 접근 방식은 밀집하고 식물이 가득한 풍경을 이동해야 하는 농업용 로봇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타고난 항법기술 탑재자 개미

2020년 영국 서섹스대가 나무개미로 개미 뇌 속의 버섯본체의 기능을 밝혀낸 시기에 호주 맥쿼리 대 연구진도 미르메시아 마이다스 개미를 사용해 개미 뇌에 있는 버섯본체 아래쪽 수직엽이 시각 기반 경로 탐색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호주 연구진은 이 개미가 뇌 수직엽을 통해 기억된 뷰를 현재 뷰와 성공적으로 일치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개미들은 비교적 간단한 감각계와 신경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항법, 즉 경로탐색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먹이 경로탐색 등을 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감각계 및 신경계로 복잡한 자연 환경에서 학습하고 경로를 따를 수 있는 개미와 같은 곤충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개미들은 뇌에 있는 버섯과 같은 모양의 뉴런(신경망 단위) 구조, 즉 ‘버섯 본체(mushroom body)’를 사용한다. 개미들의 이 뇌 구조는 숲이나 초원과 같이 시각적으로 반복되는 환경에서 학습하고 경로를 따라갈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구조는 시각적 패턴을 감지하고 시공간적 기억을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영감을 받은 에든버러대학교의 레 주와 동료들은 지상 로봇에 개미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벤트 카메라로 야외 자연 환경에서 경로를 따라 시각적 시퀀스(연속물)를 수집하고 곤충 뇌에 있는 신경회로로 알려진 버섯본체에 기반한 시공간 기억을 위한 신경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들은 저전력 뉴로모픽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스파이킹 신경망에서 메모리를 암호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뉴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뉴로모픽(뇌 신경망을 본뜬) 컴퓨팅을 사용했다. 많은 로봇 응용 프로그램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력이 낮고 효율적인 탑재 솔루션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파이킹 신경망은 생물학적 신경망으로서 정보 전달을 위해 짧고 날카로운 전압 증가를 사용한다. 이러한 신호를 설명하기 위해 활동전위, 스파이크 및 펄스가 모두 사용된다. 2층으로 된 피드-포워드(feed-forward) 워크다.

다양한 환경·다양한 경로에서 테스트 통과

버섯본체는 초파리의 뇌(사진)에서도 발견된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들은 개미에게서 영감받은 신경망 모델을 초원, 삼림지대, 농경지와 같은 다양한 환경의 다른 경로에서 테스트했다. 예를 들면 동일한 경로에서 반복 실행되거나 작은 분기점이 있는 경로를 지나다니게 해 평가했다.

연구원들은 뉴로모픽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스파이킹 신경망에 메모리를 인코딩해 이벤트 카메라 영상에서 실시간으로 시각적 친숙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연구원들은 이 모델이 로봇의 시각적 항법(경로 탐색)을 위한 경로 인식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SeqSLAM(영상의 시퀀스를 일치시켜 서로 다른 실행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는 기술)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구원들은 개미에서 영감을 받은 신경 모델이 울창한 초목 등 시각적 탐색이 여전히 어려운 농업용 로봇 같은 응용 분야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모델을 로봇의 환경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후각이나 소리와 같은 다른 감각 양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개미의 시각적 탐색 비밀이 풀리기 시작하다

개미의 시각적 탐색은 오랫동안 실험 연구의 초점이었다. 지난 2020년 영국 서섹스대 생명과학대 연구팀은 커런트 바이올로지 9월 7일자에 개미의 기본 신경 회로에 대한 명확한 가설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연구결과 개미 뇌의 버섯본체(MB)가 개미의 탐색(항법) 작업시 시각적 메모리의 기판일 수 있다는 간접적 증거가 제시됐고, 컴퓨팅 모델링은 버섯몸체 신경 아키텍처가 탐색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 호주 맥쿼리대 연구팀도 버섯본체 아랫부분에 있는 수직 엽(葉)이 시각적 탐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에든버러대학교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사이언스 로보틱스 9월 27일자에 실렸다. 이 연구는 지난 2020년 커런트바이올로지에 소개된 서섹스대연구팀의 개미뇌 연구, 그리고 호주 맥쿼리대학교 연구팀의 버섯본체 수직엽과 시각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이어 나온 것이다.

생물의 기능 연구가 로봇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CATL “주행거리 1000km 리튬인산철배터리” 공개···초당 1km 충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초당 1km씩 충전해 10여분 만에 총 1000km를 달리게 해 주는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놓았다. 10분만 충전하면 600km를 달릴 수 있다. CATL은 10여분 충전으로 중국 북부 베이징에서 남부 난징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엑스포 2024 현장, '본격화된 생성형 AI 시대'… 온디바이스 AI, 디지털 문서, 영상인식까지

챗GPT, 제미나이, 라마 등 대화형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다양한 분야와 접목돼 놀라운 상용화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는 상황. 올해 AI 엑스포 2024에서는 이 혁신의 중심에 선 관련 국내외 생성 AI 플랫폼들의 서비스 경쟁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챗GPT’ 능가한다니! 아이폰과 챗봇 ‘클로드’의 만남

오픈AI의 전 직원 그룹이 세운 앤스로픽의 챗봇 클로드가 애플의 아이폰과 만나면서 챗GPT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클로드는 챗봇 테스트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GPT-4를 무너뜨린 최초의 AI가 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프트다이나믹스, 자율 무기체계 통합 솔루션 ‘SAGE AI’ 공개

방산 딥테크기업 시프트다이나믹스(Shift Dynamics Inc.)는 AI기술들을 활용, 무기체계의 성능을 혁신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신개념 무기체계 AI 통합 솔루션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