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누가 '악' 소리를 내었는가?

한국에서 게임은 탄생부터 중독과 사행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싸워왔다. 수출 효자, 문화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마크인 'K-'자가 붙은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그런 게임 산업이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았다. 

게임 회사와 게이머의 관계는 '애증'(愛憎)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업데이트 하나에 엄청난 욕설과 비난이 오고가기도 하지만, 게임 산업에 대한 제재가 들어오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다. "우리 애가 게임만 하느라 공부를 안 해요"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부터 시작한 연대인 셈이다. 2013년 게임이 마약·알콜·도박과 함께 4대악으로 지정되는 황당한 사건을 겪으며 그 결속은 강해졌다.

"확률 장사를 하는 5대악 게임. 리니지(엔씨소프트), 메이플스토리(넥슨), 던전앤파이터(넥슨), 마비노기(넥슨), 모두의마블(넷마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강렬한 워딩으로 게임 업계를 비판하고 나섰음에도 업계는 숨죽였고, 게이머들은 오히려 동조하는 모양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 때문이다. '가챠', '랜덤박스'로도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해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게임 내 상품을 말한다. 재력이나 노력과는 상관 없이 운 앞에 평등한 뽑기다. 

메이플스토리에서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 조작됐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넥슨 측에선 해당 상품(큐브)의 확률을 공개했다. 그 결과 오히려 중요 아이템이 나오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이 발견돼 파장이 커졌다. 게임 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회사는 설명했으나,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로 유저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이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많은 게임의 수익 대부분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나온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과금을 해야하고, 또 합성이나 강화를 위해 과금을 하느라 수천, 수억원을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이 아이템들의 확률을 고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업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에도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게임제작업자 또는 게임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에 등급, 게임내용정보, 확률형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도록 함(안 제59조제1항)'이 그것이다.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까지 제출 의무를 두고 있는 점에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업계의 반발도, 자율규제라는 방어막도 이제는 힘을 잃게 된 상태다.

현재의 사태가 안타까운 이유는 시발점이 메이플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메이플스토리는 한때 '초딩겜'으로 불렸다. 타사 게임의 유저들이 '아저씨'로 대표됐다면, 메이플스토리는 특유의 귀여운 그래픽으로 당시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생긴 별명이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도 이 '초딩'들이 성장하며 타사 게임으로 넘어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 출시된 이 게임은 올해로 18주년을 맞게되고, 유저들은 눈치보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는 어른 '용사님'이 됐다.

그간 쌓아온 애정이 증오로 변하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때다. 물론 이것은 넥슨과 메이플스토리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눈치게임을 그만하고 의미있는 변화가 있길 바란다. 향후 이 사건이 'K-게임의 역습'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하며.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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