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vs 유튜버 세금'

'구글세'를 알고 계시나요? 

디지털 콘텐츠의 매출에 부과하는 디지털세(Digital Tax)를 통상 '구글세'라고 부릅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로 창출하는 수익이 가장 많고, 이에 따른 세금 회피를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는 기업이 구글이기 때문에 대표격으로 붙은 명칭이죠. (전세계적인 미꾸라지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따져봐도, 구글은 한해 동안 국내에서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구글이 각 해외/지역별 세부 매출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구글 앱마켓 매출액이 5조 47억원이라는 점, 지난해 구글의 전세계 전체 매출이 19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점, 매출 비중의 80% 가량이 광고사업이라는 점, 유튜브 매출 비중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했을 때 최소 5조원 중반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추정할 따름입니다.
 
국세청 블로그에는 지난 2018년 구글의 한국 내 매출이 5조4098억원이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 역시 당시 언론사 등에 알려진 추정치를 인용한 것이라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5조4098억원을 벌어들인 동안 구글이 낸 세금(법인세)은 연 200억원 수준이었다고 합니다.(부가가치세는 빠진 금액입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국내 기업(네이버)이 낸 세금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하니, 그 차이가 너무나 크죠.

구글 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들 모두 벌어들인 돈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하네요. 글로벌 IT기업들이 국내 세법의 맹점을 파고 들어 편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조세 회피입니다. 

구글은 왜 미국 외 지역 국가에서 세금을 적게 내나?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벌어들인 돈, 즉 매출은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아닌 구글 싱가포르 매출로 잡히게 돼있습니다. 본사가 미국에 있고 아시아 지역의 사업 본부가 싱가포르로 돼 있기 때문에 국내 세법을 따를 필요가 없는 것이죠. 구글 싱가포르는 한국의 매출 중 일부를 국내에 지급합니다. 구글 코리아의 운영비와 수수료 조로 지급을 합니다. 구글이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이 일부 금액을 토대로 매겨지는 것이죠. 

구글은 법인세 뿐 아니라, 부가가치세에 대해 확실한 조세 회피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세법의 부가가치세는 사업장의 위치를 근거로 합니다. IT 기업의 경우 서버의 위치가 국내냐 해외냐를 근거로 하는데, 구글 같은 기업은 서버를 해외에 둡니다. 부가가치세는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습니다. 

돈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벌고, 세금은 거의 안 내거나 최소한의 법인세와 그들이 자진 신고한 금액을 토대로 내고 있다는 겁니다. 

 

유럽 일부 국가 '구글세' 적용...미국과 통상 마찰도 

우리나라만 호구가 아닙니다. 구글은 다른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도 탁월한 조세 회피 기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유럽 일부 국가에서 구글세에 대한 검토와 시행(프랑스 등)을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자국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자 구글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죠.

이전까지 미국 정부의 스탠스는 '구글세가 미국 기업들을 겨냥해 다른 국가들이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며 적개심을 보여왔습니다. 프랑스와의 시끄러운 통상 마찰도 있었습니다. 구글세 관련해 국제적 합의안을 만들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지지부진 했죠.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눈치 보느라 바짝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맹국과 국제합의를 존중하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존 구글세 관련 미국의 기조를 바꾸고, 2021년 중반까지 구글세 관련 합의안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구글은 해외 여러 국가에서 자행해 왔던, 조세 회피 꼼수를 더 이상 마음껏 구사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해야할까요? 구글은 전세계 유튜버들에게 미국 시청자들로부터 얻은 세금을 원천징수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고 알렸습니다.(3월 10일)

그동안 모든 해외 국가에서 세금을 회피해 오던 구글이,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의무적으로 미국 외 크리에이터(유튜버)의 지급액에서 미국 세금을 공제하게 됐다고 공지했습다. 구글세 합의안 도출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또한 오는 5월 31일까지 크리에이터들이 세금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전세계 총수입의 최대 24%를 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근거는 미국 국세법 제3장이라고 합니다. 구글은 '미국 외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세금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내 시청자로부터 수익을 얻으면 상황에 따라 세금을 공제할 책임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번 돈을 해외로 빼돌려 절세한 그들의 관행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따름입니다.

세금은 미국 정부에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구글이라는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글세와의 상관관계가 아주 없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과 미국 정부의 셈법은 뭐라고 할까요. "얄미울 정도로 잘 챙겨 먹는다"는 느낌입니다. 목마른 자들이 우물을 판다고 하죠. 구글과 유튜브의 경쟁력과 미국의 국력이 이럴 때는 살짝 부럽네요.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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