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고무줄처럼···‘스트레처블 배터리’ 개발 급물살

최근 전자기기 분야에서 스트레처블(신축성)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 방식의 배터리역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관련 연구 개발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스트레처블 배터리는 최근 잇따라 유연하게 접히는 전자기기들이 등장하면서 더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향후 피트니스 트래커, 웨어러블 전자제품, 심지어 스마트 의류의 에너지 저장매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트레처블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플렉서블 배터리’와는 다르다. 플렉서블 배터리는 종이처럼 굽혀지기까지는 하지만 늘어나지는 않는다. 반면 스트레처블 배터리는 중심인장력(引張力), 즉 물체의 종방향으로 잡아당기거나 압축하는 것을 포함하는 힘을 견디고 그러한 힘이 가해지면 탄력성있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같은 관심에 답하기라도 하듯 스트레처블 배터리에 대한 주목할 만한 개발 성과가 최근 두달새 잇따라 나왔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프랑스 생테티엔 광산대 팀이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테크놀로지스 저널에, 3월에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팀이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각각 개발 성과가 발표됐다.

두 연구팀의 스트레처블 배터리 개발 성과에 대해 알아봤다. 특히 주목받는 미국 연구팀의 핵심은 아연 이온재료 사용, 그리고 배터리의 금속 전극이 외피와 전해질 사이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도록 허용하는 구조에 있었다. 이를 통해 그램(g)당 수 밀리암페어시(mAh)에서 300mAh에 이르는 에너지 용량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11월 LG디스플레이는 늘리기, 접기, 비틀기 등 어떤 형태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 ‘궁극의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12인치 화면을 잡고 늘리면 14인치까지 확장되며, 최초로 고해상도와 풀컬러까지 구현한다. 이 활용성 높은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류 조절로 픽셀 제어가 가능한 고성능 신축성 반도체 소자가 필요하다. 2022년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를 위한 집적 가능한 고밀도 스트레처블 무기 반도체(TFT) 소자를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주목 받았다. 스트레처블 반도체 소자는 주로 유연한 유기물 소재가 사용돼 왔지만 실리콘, 금속산화물 등 단단한 무기물 분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소재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전기적 성능과 신뢰성, 내구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스트레처블 배터리가 등장할 차례인지도 모른다.

고무줄처럼 자유자재로 늘었다 줄었다

스트레처블 배터리를 이용하면 유연한 전자 제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기술이 신축성 있고 유연한 폼 팩터를 요구함에 따라 이에 적응하는 배터리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배터리를 당겼을 때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위스콘신-매디슨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신축성(伸縮性·스트레처블) 배터리는 전자 산업용으로 더욱더 탄력을 받고 있다. 언젠가 언젠가 피트니스 트래커, 웨어러블 전자제품, 심지어 스마트 의류의 에너지 저장 매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전자 기기들이 점점 더 인간의 피부에 가깝게 이동함에 따라 이 개념이 향후 10년 내 더 가치 있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제임스 피쿨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웨어러블과 같은 많은 응용 분야에서 우리의 피부는 움직일 때 늘어나기 때문에 신축성이 필요하다”며 “굴곡만 있는 배터리는 착용하기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신축성 있는 배터리는 고무줄처럼 작용하지만 플렉서블 배터리는 한 장의 종이와 같아 구부러지긴 하지만 늘어나지는 않는다.

웨어러블 패치에 신축성있는 전원 공급 필요성 대두

게토레이의 개인 수분 추적용 Gx스웨트 패치를 착용한 사용자가 이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게토레이)

최근 신축성 배터리에 대한 관심 증가세는 혈액과 심지어 땀을 모니터링하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웨어러블 패치의 사용 증가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게토레이는 현재 개인 몸안의 수분 추적에 도움을 주는 Gx 스웨트 패치라고 불리는 피부 패치를 판매하고 있다.

수많은 다른 회사들이 웨어러블 의료 패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중 많은 회사들이 전원을 통합함으로써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티에리 제니지안 프랑스 생테티엔 광산대학 유연 전자학부 교수는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극소 전자)가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러한 전자제품들은 전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해결책은 완전히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마이크로 배터리의 개발이다”고 말했다

티에리 제니지앤 프랑스 생테티엔 광산대학 유연 전자학부 교수의 스트레처블 리튬이온 와이어 배터리와 조립과정. 외피 위에서부터 알루미늄, 양극, 폴리프로필렌 분리막, 음극, 꼰 구리섬유. (사진=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테크놀로지스)

제니지안 교수는 지난 2월 스트레처블 리튬이온 와이어 배터리에 관한 논문을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테크놀로지스 저널에 발표한 그룹의 일원이다.

이 와이어 배터리의 직경은 1.4mm이고 길는 20cm가 넘는다. 집전체로는 꼬인 구리 원단을 사용했다. 이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한때 테슬라전기차에 널리사용) 등 기존 배터리 화학물질을 사용해 제작됐다.

연구원들은 그들의 배터리가 22%까지 늘어날 수 있고 생체 의학 패치, 건강 추적기, 스마트 섬유, 그리고 손목시계를 포함한 응용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제니지안 교수는 이 배터리가 가진 매력의 큰 부분은 단순한 편안함이라며 “만약 여러분이 요가 스트레칭을 한다면, 여러분의 셔츠가 여러분을 끌어당길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신축성이 없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것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스콘신-매디슨대 연구팀의 주목할 만한 스트레처블 배터리는

위스콘신-매디슨대 연구진의 스트레처블 배터리 구성. A.스트레처블 배터리 전극(흑색)과 하이드로겔 전극(청색)이 펼쳐질 때와 줄어들 때의 모습. 위에서 아래로 나열된 유한 요소 시뮬레이션은 제안된 슬라이딩 전극 설계를 보여주며, 이전에 문헌에 보고된 방식에 이어 강체로 된 섬(rigid island), 신축성 매트릭스 및 키리가미 메타물질을 보여준다. (B) 슬라이딩 전극 신축성 배터리의 3D 도식. 위에서부터 스트레처블 배터리의 구성. 위에서부터 탄성 외피, 전류 컬렉터 하이드로겔 전해질, 금속 음극, 탄성 외피의 구조를 갖는다. (C) 최대 배터리 변형률의 비교, (사진=위스콘신-미디슨대)

피쿨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팀도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스트레처블 금속-공기 배터리’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그룹의 일원이다.

새로운 금속 공기 배터리는 하드 메탈이 양극과 음극을 잘 만들 수는 있지만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배터리에 대한 간단한 사실을 다루면서 그 딜레마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피쿨 팀의 아이디어는 배터리의 금속 전극이 외피와 전해질 사이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도록 허용하는 구조로서, 이 둘이 고무줄처럼 신축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배터리의 활성 부분(음극과 음극)은 늘어날 필요가 없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전해질의 표면을 가로질러 미끄러진다. 전해질은 소프트 콘택트 렌즈와 거의 같은 밀도의 물질인 하이드로겔로 제조된다.

피쿨 교수는 “음극과 양극은 블록이며 스트레칭을 하는 다른 구성 요소들을 가로질러 미끄러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어 배터리는 전형적으로 아연 금속 음극, 그리고 백금이 들어간 탄소 천을 ‘공기’ 음극으로 사용한다. 배터리는 충전식이 아니며 그 용도는 의료용 패치 및 보청기를 포함한다.

스트레처블 배터리의 열쇠는 아연

신축성 배터리의 기계적 특성. (A)다양한 단계에서 3개의 서보 모터에 동력을 공급하는 신축성 배터리를 보여주는 순차적 이미지. 왼쪽부터 변형되지 않은 상태, 변형률 ε=0.51, 굽힘 각도=180°, 비틀림 각도=180°, 해머 충격 받은 후 이미지 등. (B) 슬라이딩 전극 전지 및 그 하이드로겔 전해질의 인장(引張·끌어당겨 늘림) 특성. (C) 다양한 변형률(ε)에서 신축성 배터리의 이미지. 신축성 전지의 치수는 l × w × t =65 × 20 × 6mm다. (D) 얇은 하이드로겔 로프의 탄성은 오버핸드 매듭(왼쪽)의 구성과 다양한 하중 하에서 길쭉해진 상태(오른쪽)에 의해 입증된다. (사진=위스콘신-매디슨대)

연구자들은 또한 안전성을 갖춘 신축성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예를 들어 와이어 배터리가 땀을 흘리는 사용자의 젖은 피부와 접촉하는 응용 분야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저자 왕자오와 주지안은 지난 2월 학술지 스몰(Sma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배터리의 핵심은 수성 전해질을 사용하는 스트레처블(신축성) 아연이온 화학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런 배터리가 ‘본질적으로 가연성인’ 유기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주는 “수성 전해질이 있는 신축성 배터리는 우리에게 변형된 동안에 절대적인 안전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주로 아연 음극과 망간 산화물 양극이나 은 양극을 포함하는 수많은 아연 이온 화학에 대해 설명한다.

신축성 아연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은 그램(g)당 수 밀리암페어시(mAh)에서 300mAh에 이른다.

주 교수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신축성 아연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센서, 트랜지스터,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의 전력 소비 모듈을 구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심한 엔지니어링으로 배터리를 90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트레처블 배터리, 향후 높은 잠재력

스트레처블 배터리의 활용을 보여주는 그래픽. 스트레처블 전자기기, 웨어러블 전자기기, 에너지 변환 및 저장 통합 전자기기 시스템, 다기능 변형 감지 플랫폼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오브 어스밴스트 머티리얼즈)

전체 제품의 부피와 무게의 많은 부분을 소비하는 휴대폰 배터리와 달리 새로운 종류의 신축성 배터리는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은 직경이 2mm 미만이고 무게는 몇 g에 불과하다.

게다가 내구성은 얇고, 신축성 있는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들은 그들의 신축성 있는 배터리에 상당한 남용을 가했지만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쿨은 “우리는 배터리를 늘리고, 비틀고, 망치로 때렸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것이 그러한 모든 변형 하에서 지속적으로 서보 모터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스트레처블 개념이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은퇴한 재료과학 교수이자 새로운 배터리 발견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연구 기관인 섀도웨이 랩스 재단 설립자인 도널드 섀도웨이는 “원칙적으로 적절한 음극이 있다면 신축성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But maybe flexible is what is needed, not necessarily stretchable.”

그는 “그러나 아마도 필요한 것은 유연성이며 반드시 신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섀도웨이는 “1990년대에 신축성 있는 손목시계 배터리를 만들었지만, 시장에 출시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오늘날의 연구자들 중 아무도 새로운 종류의 배터리가 언제 시장에 출시될지 모르지만, 그들은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피쿨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신축성 전자제품들에 이러한 모든 발전들이 있었고, 이제 많은 새로운 응용제품들이 있다”며 “그래서 이러한 신축성 장치들에 전력을 공급할 필요가 있으며, 논리적인 해결책은 신축성 배터리를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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