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에 열광하는 MZ세대

뮤직카우(Musicow)라는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 있다. '음악이 안정적인 자산이 된다(Music becomes CashCow)'라는 슬로건을 걸고 2017년 7월 첫 선을 보였다. 음악 저작권을 거래하는 개념 자체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하여 듣기만 하던 음악인데 저작권을 거래한다니?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역주행하며 화제가 되었을 때 이 노래의 저작권을 사고파는 플랫폼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저작권을 구매한 사람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1천%에 가까운 수익률을 경험하기도 했단다.

뮤직카우는 서비스 런칭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850여 곡을 거래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소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음악의 공동 주인이 되어 아티스트와 함께 저작권료를 지급받는 플랫폼이다. 지난 해만 해도 이용자들의 저작권료 수익률은 평균 '연 8.7%' 수준이라고 한다. 음악 팬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기도 하고 저작권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개념의 (안정적인) 투자 대안이 되고 있는 신개념의 재테크로 거듭나 지금까지 약 300억 원이 넘는 투자 유치를 하기도 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Musicow) 출처 : musicow.com

MZ세대의 아트테크

이와 같이 음악은 물론이고 미술작품에 대한 조각 투자와 공동구매도 MZ 세대 사이에서 열풍이다.

소더비 경매에서 이뤄지는 미술품 경매는 사실상 '남의 이야기'였다. 미술 시장의 고가 미술품은 때론 '한정판'이기도 하고 때론 '독점'이기도 하니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부유층의 사치품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인해 여행수요는 크게 줄어들었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천정부지, 주식이나 암호화폐 역시 투자자산이 꽤 몰려있기도 했다. 

외부의 어떤 요인과 특정 상황으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컬어 '보복 소비'라고 하는데 고가의 미술품 매매 역시 보복 소비로 인한 현상 중 하나이고 나아가 자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현상으로도 볼 수 있겠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호박, Pumpkin>  출처 : harpersbazaararabia.com

고가의 미술품을 '나 홀로 구매'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일반인들이 경매장에서 피켓을 들긴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공동 구매 개념이 미술품 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묶여있던 지갑을 열어 적당한 가격으로 시그니처 작품을 살 수 있는 '소유'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호박>이라는 작품을 최소 1만 원으로 소유 가능하도록 공동구매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특정 물건을 구매할 때 여러 명이 단체로 구입하게 됨으로써 대량 구매를 통한 차별적인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 개념을 '공동구매(이하 공구)'라는 키워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미술 시장의 공구는 소유권을 나누는 새로운 개념이다. 1조각만 구매해서 소유할 수도 있다. 여러 조각을 다량 구매하여 나중에 판매할 수도 있다. <호박>의 경우도 작품의 일부를 조각내어 투자한 금액만큼 '내 것'이 되는 것인데 단순히 보유하는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라 이를 '아트테크'라고 부른다.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이 조각으로 거래되고 있는 '아트투게더' 플랫폼  출처 : weshareart.com

전 세계 인구의 약 44%를 차지하는 소비 권력층이 주로 MZ세대에 걸쳐 있다는 자료들이 있는데 글로벌 미술시장의 콜렉터, 이른바 '큰손'들 역시 2030 세대가 주축이라고 한다. 특히 이들은 차별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므로 단순한 '복제품'보다 유니크한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그러니 예술과 문화, 커머스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터가 바로 미술시장이라는 것이다. 소더비나 서울옥션 등 익히 알만한 미술품 경매장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작품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작품의 조각을 구매하며 공구하는 형태라 예술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오리지널을 소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불어 소유한 저작권으로 수익률까지 (경우에 따라) 높게 유지할 수 있으니 MZ세대에겐 굉장히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 된 셈이다. 조각 투자 및 공구를 위한 플랫폼은 여기서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아트테크,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도 고려해주시기를!

전문가들은 적은 금액이라도 자산을 투입하는 투자의 행위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기 전 작품들의 가치를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고 신진작가든 중견작가든 단순한 팬심을 넘어 그들의 가능성과 지속성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꽁꽁 묶여 갤러리 뒤에서만 활동하던 작가들은 이제 SNS를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와 대중과 함께 소통한다. 일부 작가들은 SNS의 인플루언서가 되어 대중과 깊게 그리고 자주 소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작품의 방향성은 어떠한지 지켜볼 수도 있겠다. 더불어 미술품 자체가 저평가(또는 고평가) 된 것은 아닌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호재가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어쨌든 투자자가 가진 자산이 작품에 투입이 되는 것이니 다각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출처 : cointelegraph

오롯이 작품을 바라보기 위한 감상의 목적이 우선인지, '다 필요 없고' 그저 투자를 위한 수단인지 자신의 투자 정체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애정 하는 작품을 소유하여 감상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투자 수익을 위한 투자는 다르니까 말이다. 

더불어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에 있을법한 '단타'를 아트테크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를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가능성과 잠재력이 드러나는 호재가 있다면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경험하기도 한다. 증권 앱을 열고 이러한 기적을 경험했던 적이 얼마나 있던가. 어떤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상승 요인이 되겠으나 단시간 내에 이러한 기적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년 이상' 투자를 권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거창할 수 있지만 미술사적으로 영향을 끼칠만한 명품이라면 오랜 시간 품어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말에 공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미술품에 대한 시야를 넓히라고 강조한다. 많이 봐야 많이 알게 된다. 미술사적 가치를 논하기 전에 어떤 화풍으로 어떻게 그려냈는지, 그 그림이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공부와 경험, 정보 수집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업무상 갤러리나 전시회를 수차례 다녀봤지만 아직도 작가들이 가진 작품의 의도를 깊게 파악하긴 어려웠다. 그나마 작가나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물음표를 가졌던 내 머리 위로 느낌표 하나가 굵고 짙게 떠오르곤 했다. 듣는 순간 작품에 대한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는걸 경험할 수 있었다. 그저 단순한 붓칠인데 그림이 되었다가 명품이 되는 순간이다.

필자 역시 아트테크를 해보겠다며 여러 작품들을 보고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수많은 작품들이 손짓하지만 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작품이 생길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갖고 감상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우연히 전시회 티켓을 선물 받아 전시회를 갔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둘러보는걸 즐기다보니 여러 전시를 보게 됐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났고 애정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보았던 작품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아 다시 전시회를 찾아갔고 그 작품 앞에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 뒤로 머릿 속에 아른거리는 작품이 되었다. 우리 집 벽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였다."

- 바로 이때가 작품을 사고도 후회 하지 않는 시기라고 한다. 

pen잡은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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