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하이브리드 드론 2시간 비행···해외선 3.5~10시간까지

일반적으로 전기식 무인항공기(드론)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얘기되지만 비행 시간이 문제다. 대개 30분 이하에 그치고 길어야 1시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DJI의 전기식 드론들도 30분 정도의 비행 시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이브리드 방식 드론은 가솔린과 전기배터리를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면서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운영시간이 크게 느는 것은 물론 엔진이상시 배터리만으로도 비행할 수 있도록 동력원을 이중화해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적어도 6~7년 전부터 얘기돼 온 방식이다. 그러나 비행 시간을 늘리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드론 회사가 개발한 HAMR 하이브리드 드론은 3시간30분의 체공시간을 자랑한다.(사진=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

이달초 미국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Advanced Aircraft Company·AAC)란 업체가 이륙후 최대 3시간 30분이나 운항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무인항공기(드론)를 발표해 화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막 체공시간 2시간인 하이브리드 방식 드론 보급을 확산시켜 나가는 상황이어서 체공시간을 늘린 하이브리드 드론의 성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한항공의 하이브리드 드론과 함께 미국의 3시간 30분이나 가는 하이브리드 드론, 그리고 이보다 더 엄청난 스페인의 10시간 이상 운항한 하이브리드 드론을 소개한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체공시간 2시간인 하이브리드 드론 ‘KUS-HD’. 대한항공은 이 드론 2대를 2019년 5월 부산시 사물인터넷 기반 해양 도시관리 실증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처음 납품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군에 해안 경계용으로 납품했다. 올해 6월에는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납품하면서 본격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2시간 운항하는 하이브리드 드론 본격 보급 확산 나서

우리나라에서 2시간이나 운항하는 하이브리드 드론을 개발해 보급 확산에 나선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지난 6월 15일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드론 2대(모델명 KUS-HD-네오21)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공급했다. 이제막 공공 및 상업용 시장에 제대로 명함을 내민 셈이다.

KUS–HD 네오21는 최대 이륙중량 38kg, 폭 2m, 길이 2m, 탑재량 3~6kg, 운항범위 10km다. 최대 비행속도 시속 72km에 운용 온도는 영하20도~영상 45도다. 이 드론은 수직이착륙 방식 로터 4개를 탑재했으며 초속 14m 바람에도 견딘다.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카메라로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해 실시간 전송할 수도 있다.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드론 ‘KUS-HD’의 다양한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주소방안전본부는 기존드론보다 장기간 공중에 머무를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이 드론을 사고·화재 현장 실시간 모니터링과 구조대 접근이 어려운 지역 실종자 수색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하이브리드 드론을 공급하며 공급의 물꼬를 튼 것은 이보다 조금 앞서 부산시와 해·공군에 공급하면서부터다. 2019년 5월 부산시 사물인터넷 기반 해양 도시관리 실증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2대를 납품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군에 해안 경계용으로 납품했다. 올해 제주 소방안전본부에 공급함으로써 본격 확산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향후 산림청, 경찰, 산업 현장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美 AAC, 3시간 30분 체공·오토파일럿 기능 하이브리드 드론

그러나 이달초 등장한 미국 업체의 하이브리드 드론은 대한항공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드론의 2배 가까운 체공 시간을 갖는다. 자체 오토파일럿 기능도 갖췄다.

주인공은 미국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Advanced Aircraft Company·AAC)가 출시한 ‘HAMR’ 하이브리드 드론이다. HAMR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첨단 멀티 로터(Hybrid Advanced Multi Rotor)의 약자다.

▲미국 AAC의 HAMR 드론 엔진을 가까이서 본 모습. (사진=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

HAMR은 무게 14.5kg, 길이 1.7m, 폭 3.3m에 최대 전진 비행속도는 25노트(시속 46km)다.
가솔린과 전기를 함께 사용해 비행시간을 3.5시간으로 크게 늘렸고 최대 2.7kg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이 드론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자 연료 주입(EFI)식 35cc 싱글 피스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발전기를 구동한다. 이 발전기는 차례로 드론에 있는 6개의 독립된 DC 전기 모터에 전원을 공급하고, 함께 탑재된 예비 배터리를 충전한다.

▲미국 AAC HAMR 하이브리드 드론 무게는 화물을 싣지 않았을 때 14.5kg이다. (사진=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

HAMR의 비행시간은 드론의 화물 적재량 증가에 따라 감소하지만, 100온스(2.83kg)의 연료로 3.5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7kg의 짐을 두 개 화물칸에 나눠 실을 수 있다. 사용자가 비행 시간을 다시 늘리려면 해당 칸 중 하나에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엔진 고장 시 안전하게 비상 착륙할 수 있음 만큼의 충분한 전력을 제공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드론은 4분 이내에 케이스에서 포장을 풀고 공중으로 이륙한 뒤 지상 리모콘이나 자체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이용해 비행할 수 있다.

HAMR은 개별 사용자의 추가 기기(HD 카메라 등) 선택에 따라 측량·지도 제작, 군사 정찰, 과학 연구, 인프라 검사 또는 시골 패키지 배송 등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AAC HAMR 하이브리드 드론의 착륙 모습. (사진=어드밴스트 에어크래프트 컴퍼니)

스페인 콰테르니엄의 하이브리드 드론, 이륙 후 10시간 14분 비행

이게 다가 아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너무나 월등해 비교하기 쉽지 않은 초 고성능 하이브리드 드론이 등장했다.

더로봇리포트는 지난해 11월 초 스페인 드론업체 콰테르니엄(Quaternium)이 하이브리드 멀티로터 드론인 ‘하이브릭스(HYBRiX)’로 무려 10시간14분 드론 비행에 성공해 이 분야 세계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 하이브리드 드론에 들어가는 연료는 무려 16리터에 이른다.

▲스페인 콰테르니엄은 자사의 ‘하이브릭스’ 하이브리드 드론으로 10시간14분 체공 비행에 성공하며 이 분야 세계기록을 세웠다. (사진=콰르테니엄)

콰테르니엄은 이같은 장기 비행 이정표 달성에는 스페인 업체 로베헤이저(Löweheiser)의 “시장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전자 연료 주입기(EFI)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 기술로 드론이 어떤 기상조건 변화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돼 비행 시간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베헤이저 팀은 10시간 비행 시간 내내 엔진 패러미터(변수)를 모니터링해 하이브릭스 운영자들에게 엔진 성능 최적화를 위한 필수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이 새로운 세계 기록을 가능케 했다.

콰테르니엄은 로베헤이저의 EFI를 포함한 자사의 장거리용 하이브리드 드론을 전세계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콰테르니엄 직원이 하이브릭스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콰테르니엄)

아래에서 우리나라 대한항공의 KUS-HD와 미국 AAC의 HAMR, 그리고 스페인 콰테르니엄의 하이브릭스 드론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드론 개발자들이 더 오랫동안 더 다양하고 성능 뛰어난 하이브리드 개발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행시간이 길어지면 활용 범위가 늘어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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