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79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흡수·처리···탄소 저감 위한 획기적 포집 장치 개발

그냥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암석으로 만들어 영구 저장한다. 처리된 이산화탄소는 심지어 건축자재용 등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세계가 탄소 저감에 안간힘쓰고 있는 가운데 한 스위스 업체가 이달초 아이슬란드에 그야말로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포집·처리 장치를 설치해 가동에 들어가 주목을 끈다.

우리나라 전역의 화석연료 발전소, 그리고 제철소 등이 주목해야 할 기술이 아닌가 싶다.

▲스위스 클라임웍스의 이산화탄소 포집용 기계 ‘DAC’의 한쪽 면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주변 환경의 공기를 흡수한다. (사진=클라임웍스)

화제의 주인공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Climeworks)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아이슬란드 헬리스헤이디(Hellisheiði) 지열 발전소 Power Station)에서 이 획기적 장치 가동에 들어갔다.

오르카(Orca)로 불리는 이 설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직접적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장치다. 이 장치는 필터를 사용해 주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고 영구히 제거한다.

오르카는 대기 중의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매년 4000입방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는 약 790대의 자동차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다. (물론 이는 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집계한 지난해 총 347억 톤에 이른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하며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이런 능력을 갖는 ‘직접 공기 포집기(Direct Air Capture DAC)’란 장치의 가격은 1500만 달러(약 176억원)다.

오르카는 팬을 사용해 주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금속 ‘공기 집진기’ 더미와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화학 필터로 구성돼 있다. 이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저장돼 대기에 도달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인다.

포집된 이산화탄소 가스는 깊은 지하에 영구적으로 저장될 수도 있고, 연료, 화학 물질, 건축 자재 및 기타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클라임웍스, 직접적 공기포집산업의 이정표 세우다

얀 비르츠바허 클라임웍스 공동설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오르카는 직접적 공기 포집 산업의 이정표로서 클라임웍스의 미래 확장을 위한 확장 가능하고 유연하며 반복 가능한 청사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넷제로(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포집량이 같아져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 달성까지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오르카와 함께 그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

비르츠바허는 블룸버그 통신에 “오르카 건설에 건설, 부지 개발, 저장 등 1000만~1500만 달러(약 117억~176억원)가 들었다. 오르카 건설에 든 톤당 비용은 아마도 우리가 대규모로 더 빨리 나아가 궁극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우게 될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했다.

▲DAC의 한쪽면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동안 반대쪽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깨끗한 공기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는 처리 준비가 된 포집기 장치 내에 저장된다. (사진=클라임웍스)

클라임웍스는 지난 2017년 모국 스위스의 대표적 연구 대학인 취리히공대(ETH 취리히) 연구실이 개발한 작동하는 시제품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DAC 공장을 의뢰했다.

아이슬란드는 이전에도 이러한 기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헬리스헤이디에 있는 오르카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DAC 기기 중 가장 크다.

클라임웍스에 따르면 이 설비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에서 ‘자연과 기술의 연결’을 구현하기 위해 삭막하게 디자인됐다고 한다.

오르카, CO2 포집후 몇 년 지나면 돌 된다···어떤 기술?

지난해 5월 착공해 약 1년 4개월 만에 지어진 오르카는 총 8개의 작고 강한 컨테이너 크기의 대형 포집기로 구성돼 있다. 두 층으로 쌓여진 각 스택은 길이가 6m 이상이다.

▲아이슬란드의 한 지열 발전소에 세워진 오르카는 8개의 크고 컴팩트한 2층으로 된 대형 포집기 형태로 구성된다. (사진=클라임웍스)

이 포집장치는 팬을 사용해 공기를 흡입하는 식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은다. 포집기 내부에는 이산화탄소를 거르는 화학 필터 물질이 있고 이산화탄소만 포집한 후 여과된 공기를 다른 쪽으로 흐르게 한다.

이 필터가 이산화탄소로 꽉차게 되면 포집기가 닫혀 더 이상 공기가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어 헬리스헤이디 지열 발전소의 전력이 포집기의 내부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가열한다. 이렇게 해서 필터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와 농축된 형태로 추출된다. 또 다른 회사인 카빅스(Carbfix)는 이산화탄소를 물과 섞고 땅속 깊은 곳에서 펌프질한다.

클라임웍스는 “이 이산화탄소는 자연 광물화를 통해 현무암과 반응해 몇 년 안에 돌로 변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서 제거되고 지구로 영구적이고 안전하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오르카는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일조한다. 연간 4000입방톤의 이산화탄소, 즉 차량 790대가 배출하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영구 처리한다. (사진=클라임웍스)

클라임웍스, 이상기후 따른 이산화탄소 문제 영구해결

클라임웍스는 이 기술을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리고 훨씬 더 큰 규모로 쉽게 복제제작해 이산화탄소 포집 양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유엔 기후위원회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공기 중에서 피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영구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유엔 기후 위원회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유례없는 빙하의 해빙을 야기했고 통제 불능에 가깝게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위스에 있는 클라임웍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공장이다. 이 같은 DAC 그리드는 ‘포집기’로 알려진 쌓을 수 있는 개별 필터로 만들어진다. (사진=클라임웍스)

유엔 기후과학위원회 보고서의 주요 연구 결과

유엔 기후과학위원회 보고서의 주요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인간의 활동이 전 세계에 광범위하고 빠른 변화와 함께 대기와 바다 그리고 육지를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 지구 온난화가 적어도 2000년 만에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세기에서 수 천년에 걸친 많은 변화는 전례없는 일이다.
  •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는 300만 년간 쌓인 것보다 높고, 메탄 농도는 80만 년 간 쌓인 것 보다 더 높으며, 두 온실 가스 모두 수십만 년 동안 나타난 자연 변화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 지난 1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화석 연료 연소 및 삼림 벌채와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산업화 이전 또는 1850~1900년 기간보다 거의 1.1℃ 높았다.
  •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는 더 빈번하고 강렬한 폭염, 폭우, 가뭄, 열대성 사이클론과 변화를 가져오며, 인간이 기후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와 함께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의 많은 날씨와 기후 극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인간은 빙하의 세계적인 후퇴, 해빙의 감소, 해양의 온난화,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지구 표면 온도는 적어도 세기 중반까지 계속 상승할 것이며, 세계는 향후 20년 동안 1.5℃ 의 온난화에 이를 것이다.
  • 기후 변화의 가장 위험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국가들이 약속한 지구온난화 제한선(1.5~2℃)은 향후 수십 년 내에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 가스 배출의 심각한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한 21세기 중 초과하게 될 것이다.
  • 지속적인 온난화는 극도의 고온, 해양 폭염, 폭우, 일부 지역의 가뭄, 강력한 열대성 사이클론의 비율, 북극 해빙, 눈 덮임 및 영구 동토층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 온난화의 모든 추가 증가는 극단적으로 더 큰 변화를 야기하며, 기온이 0.5℃ 추가 상승할 때마다 폭염 강도, 홍수 및 가뭄을 일으킬 수 있는 폭우 강도의 분명한 증가로 이어진다.
  • 해양, 해수면, 영구 동토층과 빙하가 녹아 생기는 변화는 과거와 향후 온난화의 결과로 인해 수십 년, 수 세기 또는 수천 년 동안 되돌릴 수 없다.
  • 메탄 배출량을 강력하고 신속하며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 온난화를 억제하고 대기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CATL “주행거리 1000km 리튬인산철배터리” 공개···초당 1km 충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초당 1km씩 충전해 10여분 만에 총 1000km를 달리게 해 주는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놓았다. 10분만 충전하면 600km를 달릴 수 있다. CATL은 10여분 충전으로 중국 북부 베이징에서 남부 난징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엑스포 2024 현장, '본격화된 생성형 AI 시대'… 온디바이스 AI, 디지털 문서, 영상인식까지

챗GPT, 제미나이, 라마 등 대화형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다양한 분야와 접목돼 놀라운 상용화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는 상황. 올해 AI 엑스포 2024에서는 이 혁신의 중심에 선 관련 국내외 생성 AI 플랫폼들의 서비스 경쟁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챗GPT’ 능가한다니! 아이폰과 챗봇 ‘클로드’의 만남

오픈AI의 전 직원 그룹이 세운 앤스로픽의 챗봇 클로드가 애플의 아이폰과 만나면서 챗GPT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클로드는 챗봇 테스트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GPT-4를 무너뜨린 최초의 AI가 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김민성 아드리엘 부대표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B2B SaaS 솔루션으로 인정받게 할 겁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아드리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김민성 부대표의 합류는 아드리엘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취임의 변을 통해 김 부대표는 아드리엘을 “글로벌 마케팅 분석 및 시각과 솔루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의 SaaS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아드리엘 본사에서 진행된 김 부대표와의 인터뷰는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