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카카오發 '플랫폼 규제' 움직임... 전망은?

[AI요약]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정부기관들의 규제 강화 조치와 국회의 규제 입법이 재차 추진되고 있다. 특히 일명 ‘네카쿠(네이버, 카카오, 쿠팡)’로 불리며 카카오와 함께 국내 3대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손꼽힌 네이버와 쿠팡의 경우 독과점, 데이터센터 규제 등을 우려하면서도 자세를 낮추는 상황이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비롯해 데이터 관리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그간 민간 주도 자율규제 방침을 고수했던 정부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정부 방침에 따라 미뤄뒀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관련 심사지침 제정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법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 법은 플랫폼 기업 등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과기부는 기업의 안정성 의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국회에서는 2년 전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 발의했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데이터센터법)’을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다시금 ‘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했다. 2년 전 이 법안은 국회 화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지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체감규제포럼 등의 단체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전후해 이와 같은 정부 기관들의 일사불란한 방침 변화는 지난 17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 이지만 사실상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독점이나 심환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의 기반 인프라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경우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이슈

새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가 자율규제로 정해지며 한동안 잠잠했던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각 정부기관들은 자율규제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전과는 달라진 움직임을 연이어 보이고 있다.

공정위가 제정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 심사 지침이 적용될 시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우선 공정위의 경우 연내 시행을 목표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플랫폼 특성 별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명확한 법 집행 기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자사 우대, 끼워 팔기, 최혜 대우 요구, 경쟁 플랫폼 이용을 방해하는 멀티호밍 제한 등이 포함된다. 이를 테면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사 우대 금지를 위반한 것이 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승객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 향후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의 입법 재추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율규제 기조’를 언급하며 선을 긋는 입장이다.

2년 전 데이터센터 국가재난관리시설 지정이 됐더라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을 발의한 상황에서 2년 전 인터넷 기업들의 반대로 무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민간의 데이터센터를 정부의 재난관리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던 이 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글 역시 기업 단체를 통해 반대에 동참했다.

당시 법안 제정의 이유가 됐던 사건은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민간 통신망 관련 사고가 연이어지며 그 취약성이 드러났고, 사고가 나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를 재난대비 계획에 포함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마치 예언과도 같은 법안이었던 셈이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 복구가 오래 걸린 큰 이유 중 하나로 데이터 이중화 미비가 꼽히고 있다. 2년전 이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당시 인터넷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좌초됐다. (사진=카카오)

하지만 법안은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등 국내외 빅테크들이 속한 기업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좌초됐다. 이유인 즉,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설비통합운용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는 것은 기밀 유출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당시 법이 통과되고 재난대비 데이터 이중화가 의무화됐다면 화재가 발생해도 현재와 같은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상황을 봐도, 전국 여섯 곳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시스템 백업(이원화 스위칭)을 해 놓은 네이버는 즉시적인 복구가 빨랐던 반면, 그렇지 못한 카카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다. 카카오는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판교 데이터센터 외에 백업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몇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 때문에 괜히 우리도… 우려 커지는 네이버·쿠팡

카카오로 인해 데이터센터 재난 대응 취약성이 드러난 이후, 정부기관들의 규제 강화 조치와 국회의 규제 입법이 재차 추진되며 플랫폼 업계 전반에 우려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특히 일명 ‘네카쿠(네이버, 카카오, 쿠팡)’로 불리며 카카오와 함께 국내 3대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손꼽힌 네이버와 쿠팡의 경우 독과점, 데이터센터 규제 등을 우려하면서도 자세를 낮추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공정위의 심사지침이 제정되면 당장 카카오는 물론이고 네이버, 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행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심사지침은 그 제한 행위가 명확하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플랫폼 사업자의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전면적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공정위에 과 단위의 ‘플랫폼 조사 전담조직’ 신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플랫폼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카카오와 다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2년 전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과 관련해 이번에는 이렇다할 의견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는 물론 네이버 역시 자사 소유 데이터센터라도 더욱 강력해진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야당에서는 올해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로 온플법을 상정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온플법 제정과 관련해 여전히 선을 긋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 국회라는 상황과 플랫폼 기업에 대해 악화된 국민 여론으로 인해 기류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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