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다음달 상륙... 현대카드 독점 풀려 업계 경쟁 본격화

애플의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초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한반도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갤럭시 이용자들을 묶었던 ‘삼성페이’에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전 세계 74개국 약 5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그 사이 신한카드와 온라인 커머스 중심으로 삼성페이·신한플레이·KB페이·NH페이·오픈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쿠팡페이·스마일페이·배민페이·토스페이·SK페이·쓱페이·엘페이 등 최근 몇 년 간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현재 50개에 가까운 숫자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46개다. 포털·핀테크사(29개), 금융사(15개), 스마트폰 제조사(2개)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현황 (사진-한국은행)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은 금융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아우르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그간 국내 모바일 페이 시장은 전통적으로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높은 삼성페이가 시장을 평정했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애플페이가 출시되더라도 상당히 뒤늦은 타이밍에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이라 제대로 정착할지가 관심사다.

애플이 애플페이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한국 카드업계와 협상을 벌인 것은 2015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국에 흔하지 않은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카드 결제 수수료, 해외 결제 승인 및 처리 등 여러 문제에 부딪쳐 원점으로 돌아갔다.

난항에 부딪히던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10월 애플페이와 현대카드의 약관이 유출됐고 같은 해 12월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가 끝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내에 애플페이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여전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면서, 애플페이 출시 9년 만에 국내 상륙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대카드와의 독점 계약에 따른 리스크도 사라졌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의 계약에서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빼는 조건이 포함되면서 전 카드사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현대카드는 애플페이가 채택하고 있는 결제 방식을 보편화하는 전략을 세웠었다.

국내 가맹점이 대부분 지원하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및 NFC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보급률이 10% 미만인 NFC 방식만 제공한다. 이에 현대카드는 대형가맹점에 NFC 단말기 설치 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식으로 애플페이의 점유율과 함께 카드 시장 점유율도 확대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타적인 거래를 위한 계약 목적으로 NFC 단말기를 가맹점에 보급할 경우 자칫 ‘리베이트’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 붙었으며 결국 현대카드는 독점계약 조항을 포기하고 우선 계약으로 전환했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방식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에 현대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 현대카드의 시장 선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카드사 관게자들은 현대카드가 애플사와의 독점계약을 포기했지만 서비스 출시 초기 유일한 제휴사로 활약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 실적에 따르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19.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삼성카드 17.8%, 현대카드 16.0%, KB국민카드 15.4% 순이었다.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현대카드는 삼성페이의 독주를 앞세우고 있는 삼성카드와 상당한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애플페이는 대형 유통망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그 세를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페이의 사용은 결국 NFC를 지원하는 결제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NFC 단말기를 설치한 곳은 전국 편의점·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스타벅스·파리바게뜨·롯데하이마트·이케아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정보를 리더기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쏘는 방식이라 단말기를 바꿀 필요가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애플페이를 의식한 듯 곧바로 유튜브에 삼성페이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3일 공식 채널에 업로드한 'ㅇㅇㅇ 삼성페이편'에서는 "갤럭시 유저는 지갑 진짜 안 들고 다님?"이라고 묻자 "ㅇㅇㅇ"이라는 답변과 함께 정식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84%를 가져가며 애플(13%)을 압도했다. 애플페이가 시장의 판도를 단기간 내 뒤엎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페이 사용에 필수인 NFC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10% 안팎으로 낮고, 애플이 요구하는 결제액 수수료 0.1~0.15%를 신용카드사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보편화된 결제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 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022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업체별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

다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 사용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18~29세 중 현재 쓰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고 답한 경우는 52%였고, 갤럭시는 44%였다. 한국 시장 전체에서는 갤럭시와 아이폰의 점유율을 감안하면 매우 이질적인 수치다.

결국 애플페이의 성공은 아이폰 사용자 경험의 개선으로 MZ세대 문화에 발맞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다. 애플이 애플페이의 도입에 따른 마케팅의 변화를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초미의 관심사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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