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꿈꾸는 '초거대AI', 10년 안에 특이점 올까?

[AI 요약]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인공지능(AI) 책임자였던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AI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시기를 2029년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일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초거대 AI 상용화 단계를 시작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2017년 인공지능 관련 잠재 역량을 집중 시키는 TF를 조직하고 검색 기술 인력이 주축이 된 AI 부문을 출범시켰다. 각 기업들이 저마다 미래 사업으로 AI 기술에 기반한 전략을 내 놓는 상황에 발맞춰 정부 역시 민, 관, 학 협의체인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AI Strategy Summit)’를 구성하고 ‘초거대 AI 기술’을 국가 차원의 미래 인프라 전략으로 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가 제시하는 초거대 AI 개발 방식, 하나의 커다란 모델에 기반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를 통해 AI 개발과 적용의 방식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지=네이버 AI NOW 영상 캡처)

2005년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인공지능(AI) 책임자였던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AI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시기를 2029년으로 예측했다.

전 구글 CEO이자 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인 에픽 슈미트(Eric Schmidt) 역시도 향후 AI가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 빈곤, 전쟁, 불치병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일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를 주도한 것은 네이버다. 지난 5월 국내 빅테크 기업 중 최초로 초거대 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한 네이버는 이번에는 차세대 AI 기술인 ‘오토머신러닝’ 개발을 발표했다.

오토머싱러닝은 AI 고도화에 필수적인 머신러닝의 개발 과정에 필요한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수집과 가공, 모델 설계, 훈련, 평가 등 머신러닝 구축 과정에서 개발자가 진행하는 반복 작업을 AI가 대신해 성능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낸다. 

즉 오토머신러닝은 AI가 AI를 만들어 내는 기술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최초지만, 해외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오토머신러닝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오토머신러닝 기술의 키워드는 ‘자동화’다.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대량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 봤을 때 어떤 산업분야 든 대량생산과 공급이 이뤄진 시점에서 세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각 기업과 정부가 합심한 ‘초거대 AI’ 구축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상용화 프로젝트, 하이퍼 클로바

최근 빅테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차치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단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네이버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초거대 AI 상용화 단계를 시작했다. 하이퍼클로바로 이름지어진 초거대 AI 언어모델은 방대한 양의 한국어를 학습해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이러한 AI 발전 양상을 반도체의 발전 양상과 비교하고 있다.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 반도체의 집적도 수준과 같으며, 초거대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미지=네이버 AI NOW 영상 캡처)

하이퍼클로바가 우선 적용된 분야는 커머스다. 수많은 상품에 제목과 문구를 달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쇼핑 후기를 분석 요약하고 있다. 사람이 해야만 했던 일을 대체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네이버쇼핑이 실시하는 온라인기획전의 마케팅 문구는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AI의 작품이다. 쇼핑 검색과 상품 데이터를 분석해 기획전 주제 선정부터 제목 작성, 상품 구성까지 전 과정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 성과다. 네이버 측은 AI가 진행한 기획전이 사람이 준비한 기획전에 비해 높은 클릭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매전환율은 30%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네이버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부터는 하이퍼클로바 기반 AI 쇼핑 솔루션을 소상공인을 위해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AI 전략 키워드는 ‘모듈화’

카카오 아이는 ‘We are everywhere’라는 말로 자사 AI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AI 기술은 모듈화 돼 자사 서비스는 물론 각 기업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카카오)

카카오 역시 지난 2017년 인공지능 관련 잠재 역량을 집중 시키는 TF를 조직하고 검색 기술 인력이 주축이 된 AI 부문을 출범시켰다. 이후 6개월 내 ‘카카오 아이 인공지능 플랫폼’과 스피커를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달성 시켰다.

카카오 아이가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현대차의 제네시스 G70이었다. 당시 적용된 카카오 아이 기술은 운전자가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에 명령을 내리면 카카오 데이터 베이스(DB)에 기반해 길 안내를 해 주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이후 현대차와 협업을 통해 ‘더 편리한 드라이빙 생활’을 목표로 새로운 이용자 경험 설계를 시작했고 그렇게 개발된 음성인식을 통한 차량 제어기술, ‘대화형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2019년 3월에 나온 신형 쏘나타를 필두로 현대차의 다양한 라이업에 적용됐다.

카카오 아이의 기술은 카카오톡과 카카오미니와 연결해 집 안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로도 적용됐다. 포스코건설의 더샵과 GS건설의 자이가 대표적이다. 이는 IoT 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거주자의 생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계 서비스의 발판이 되고 있다.

이후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주도하고 있는 AI 전략은 외부 기기나 서비스와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모듈 방식’으로 설명된다. 현대차를 비롯해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카카오 아이의 사례와 같이 플랫폼은 물론 개별 기술을 필요에 따라 선택해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연구 연량 및 인재 육성 프로그램 강화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카카오엔터가 권위있는 글로벌 학회에 등재한 AI 관련 논문은 29건에 달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기업의 AI 전략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중점을 두는 것은 얼마나 많은 서비스와 제품을 연동하느냐다. 이는 북미 등에서 AI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의 오픈 플랫폼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역시 자사 AI 플랫폼 알렉스의 API(프로그램 개발정보)를 오픈해 어디든지 자사가 개발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국가 미래 전략으로 꼽히는 ‘초거대 AI 기술’

각 기업들이 저마다 미래 사업으로 AI 기술에 기반한 전략을 내 놓는 상황에 발맞춰 정부 역시 민, 관, 학 협의체인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AI Strategy Summit)’를 구성하고 ‘초거대 AI 기술’을 국가 차원의 미래 인프라 전략으로 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1회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카카오 여민수 대표, KT 구현모 대표, LGU+ 황현식 대표, SKT 박정호 대표, 삼성전자 다니엘 리 글로벌 AI 센터장 등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쟁쟁한 기업 대표들이 모였다.

정부 측에서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박수경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윤성로4차산업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학계에서는 인공지능 혁신허브 연구책임을 맡은 이성환 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장(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각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AI 프로젝트 (자료=과기정통부)

이번 전략대회에서 논의된 과제는 ‘국내 초거대 AI 활성화’로, 각 기업들은 자사가 개발한 초거대 AI 서비스 API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에서는 컴퓨팅과 데이터 분야에 대해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댐 사업을 통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이날 회의에서는 초거대 AI 현장 적용을 위한 선결 과제로 모델 경량화, 신뢰·통제가 가능한 모델 개발, 장기 기억 활용 등이 꼽혔다.

또 다른 사항으로 언급된 것은 법제도 정비였다. 이전과 전혀 다른 대규모 데이터를 사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인 만큼 기존 저작권법, 특허법, 개인정보보험법으로는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 발생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초거대 AI 모델 혁신 민관 협력 기본 방향 (자료=과기정통부)

정부는 각 기업 대표자들이 향후 제안하는 초거대 AI 서비스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 필요사항과 적용 방법 등을 검토 한 후 우선적으로 ‘초거대 AI 관련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전략대회에서는 각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AI 투자 방향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네이버의 경우 앞서 언급된 하이퍼클로바 상용화 프로젝트가 언급됐으며, 카카오는 AI 인재 양성 및 데이터 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내용을 밝혔다.

KT 역시 ABC(AI, Big Data, Cloud) 등 미래 산업 투자 및 각 산업군 AI 확장 방향을 언급했으며 SKT는 향후 ‘AI컴퍼니’로 기업 방향을 수립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음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전 제품의 지능화를 추진과 함께 사람 중심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는 ‘Human-centered AI’를 추진하며 LG 역시 디지털 전환의 핵심 조력자로서 AI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 혁신의 기반이 되는 AI 기술을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하며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 이어 5위로 평가되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이 맞는다면 AI 기술의 특이점까지는 8년 정도가 남은 상태다. 후발 주자로서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각 기업과 정부가 합심하는 이번 ‘초거대 AI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와 같은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 만회할 발판이 마련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에 8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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