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컴퓨터 제어한다고?” 싱크론 뇌 임플란트, FDA 임상 개시

미국 싱크론사의 뇌이식칩 ‘스텐트로드’는 니티놀로 불리는 유연한 합금 골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골격에는 뇌의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이 점점이 흩어져 들어있다. (사진=싱크론)

미국의 뇌신경기술 스타트업인 싱크론(Synchron)이 신체 마비환자의 뇌에 칩(뇌 임플란트)을 이식한 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토록 하는 임상 시험을 시작한다고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시험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미식품의약국(FDA)의 1차 (의료)기기 조사 면제(IDE) 승인에 따라 이뤄지는 ‘사람 대상’의 임상 시험이라는 점이다. IDE는 의료용 기기의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기기를 임상 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한 조치다. 이미 어느 정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싱크론은 뇌를 뚫을 필요 없이 최소한의 침습적 방식으로 뇌혈관에 메시(그물망)형 칩을 안착시키는 안전한 방식을 개발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가 세운 라이벌 회사 뉴럴링크(Neuralink)보다 앞서 FDA 승인 인체 임상시험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시험이 성공하면 FDA 승인으로 이어지면서 싱크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제품 상용화의 길을 열게 된다. 이는 미국 내에서만 500만 신체마비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 자판을 쳐서 문자나 이메일을 주고받고, 온라인쇼핑도 가능케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싱크론, 메시형 칩을 뇌 혈관에 이식

일단 스텐트로드가 운동피질 위의 혈관에 이식되면 확장돼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뇌 근처의 혈관 벽을 향해 전극을 누른다. (사진=싱크론)

싱크론의 뇌이식 칩인 ‘스텐트로드(Stentrode)’는 클립만한 크기의 그물형태를 띤다.

신체 마비 환자들이 이를 이식한 후 생각만으로 디지털 기기(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이 칩을 이식한 신체 마비 환자들에게 문자, 이메일, 온라인 쇼핑 등 일상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되돌려 주게 된다.

FDA 승인에 따른 이 뇌 이식 칩은 뉴욕과 피츠버그에서 심각한 신체마비를 앓고 있는 6명의 환자들에게 시술된다. 성공할 경우 스텐트로드 뇌 이식칩은 신체 마비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용 제품으로 만들어져 이들에게 독립된 생활과 삶의 질을 되찾아 주게 된다.

이로써 싱크론은 BCI 기술을 인체에 시험하기 시작한 첫 번째 회사가 됐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이 임플란트칩을 호주 환자들에게 이식해 테스트하고 성공한 데 이어 이제 새로이 미국에서 첫 임상 테스트를 하게 됐다. 이번에는 FDA 승인하에 임상시험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상용화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FDA 임상시험 성공시 미국서만 500만 환자가 잠재 고객

톰 옥슬리 싱크론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가 스텐트로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싱크론)

싱크론은 이번 임상시험 승인 및 개시에 따라 일단 경쟁사 뉴럴링크를 제친 것으로 보인다.

톰 옥슬리 싱크론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 연구는 우리가 핵심 시험을 준비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 단계를 거쳐 싱크론의 기술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마비 상태로 살고 있는 미국 내 500만 명의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가운데 IDE 허가에 따른 이 최초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 영구 이식 희망 환자 등록은 전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임상 시험 대상 중) 뉴욕의 환자들은 맨해튼에 있는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 피츠버그의 환자들은 피츠버그 대학 의료 센터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싱크론은 앞서 지난 2020년 스텐트로드가 노인 2명에게 이식됐다고 발표했다. (사진=싱크론)

싱크론의 그물형 BCI 이식칩인 스텐트로드는 니티놀(nitinol)이라는 유연한 합금 골격으로 이뤄져 있다. 이 메시(그물망) 골격에는 뇌의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이 점점이 분포해 있다. 이 장치는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인 운동 피질 위에 위치한 혈관 내부에 이식된다.

이 그물모양 칩 삽입술은 심장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목에 작은 ‘키홀(keyhole)’ 절개를 포함하는 ‘최소한의 침습적’ 시술이 필요하다.

이 칩은 일단 뇌에 자리를 잡으면 확장돼 신경 신호를 기록하는 뇌 근처에 있는 혈관 벽을 향해 전극을 압박한다. 이 신호들은 뇌에서 직접 목표 지역인 가슴의 피부 아래쪽에 있는 이식된 장치로 전달된다. 신호들은 전극 그물망에서 가슴에 있는 장치와 연결되는 전선을 따라 이동한다.

싱크론 측은 “이 [가슴] 장치는 뇌 신호들을 지속적으로 수신토록 프로그램돼 있으며, 외부 수신기에 연결되면 뇌 신호를 컴퓨터로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가 커서나 화면 상의 키보드와 같은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뇌의 명령 센터는 이제 소프트웨어와 직접 연결돼 있으며 환자는 직접 운영 체제(OS)를 제어하기 위해 뇌를 훈련하려고 시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FDA 최초의 인간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임상시험 승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뉴럴링크는 수술기계로 두개골을 뚫어 그 아래 직접 칩을 이식한다. (사진=뉴럴링크)
뉴럴링크의 칩은 커다란 모듈형이다. (사진=뉴럴링크)

싱크론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은 FDA가 최초로 영구 이식방식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장치 평가 회사에 승인해 준 첫 기기 조사 면제(IDE)에 따른 것이다. FDA가 승인한 이전 인간대상 BCI 임상 연구는 단기 실험 환경에서 수행됐다.

지난달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에서 공개된 최근 연구들은 호주에서 행해진 싱크론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 이 기술이 4명의 환자에게서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따라서 이번 싱크로의 임상시험 기록은 스텐트로드가 인간에게 이식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들이 1년 동안 참가자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 뇌이식칩 장치는 안전했고 장애나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은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장치는 또한 4명의 환자 모두에게서 이식된 자리에 있었고, 이 장치가 이식되고 난 후 열려진 채였던 혈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체마비 환자들은 칩 이식후 스텐트로드 시스템을 사용해 자신들의 집에서 남의 도움없이도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온라인 쇼핑 등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스텐트로드는 지난 2020년 진행성 신경계 질환인 근위축증, 일명 루 게릭병(ALS)을 앓고 있는 호주 남성 2명에게 이식됐다. 타당성 연구의 일환이었던 이 연구 내용은 신경간섭외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Interventional Surgery)에 게재됐다.

두개골 뚫고 직접 시술하는 뉴럴링크와 달라

뉴럴링크칩은 뇌에 모듈형 이식칩을 심고 귀쪽에 작은 장치가 따라 붙는다. 간단해 보이지만 칩 발열 가능성과 뇌척수액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머스크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뉴럴링크)

경쟁사인 뉴럴링크는 개발 진행 속도에 있어서 싱크론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여전히 제반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실험을 감독할 임상 시험 감독을 고용하고 있다.

2016년에 설립된 뉴럴링크는 ‘완전한 뇌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연구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이 회사가 생각하는 ‘사람과 세상이 무선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사람의 뇌에 연결시킨 작은 전극 네트워크다.

뉴럴링크의 뇌이식칩은 두개골에 직접 이식된다.

칩이 커다란 모듈형이어서 기계로 뇌를 뚫어 이식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이를 사용할 때 칩 발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뇌척수액 유출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의 팀이 이미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뉴럴링크는 이 모듈형 칩을 돼지와 원숭이에 이식하면서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실험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이 회사는 최근 실험 도중 원숭이가 죽었다고 인정했지만 동물 학대에 대한 주장은 부인했다.

뉴럴링크 칩을 머리에 이식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퐁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후 이 원숭이는 사망했다. (사진=뉴럴링크 유튜브)

뉴럴링크는 싱크론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2억500만달러(약 2613억원)를 투자받았지만, 싱크론은 총 7000만달러(약 892억원)를 투자받는 데 그쳤다.

싱크론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창조적 기업의 개발 성과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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