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표 브레싱스 대표 "폐암 앓으셨던 어머니 보며 제품 개발 결심했죠"

‘꼭 해야겠다’ 결심, 꿈의 직장 삼성전자 나와 스타트업 가시밭길 선택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 아마존 판매까지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

최근 개최된 한국전자전에서 만난 이인표 브레싱스 대표는 아픈 개인사까지 털어 놓으며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 된 이후 공공장소에서 기침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미세먼지, 황사 등 다양한 이유로 현대인들의 건강, 그 중에서도 폐 건강은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흡기 혹은 폐에 이상 증상을 느낀 이후에야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뒤에는 약간의 감기 기운에도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만약 집에서 간편하게 자신의 폐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Lab를 통해 의기투합한 이들은 IoT 디바이스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앱을 통해 ‘생활 속 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측정 솔루션’을 개발했고, 자타공인 꿈의 직장으로 알려진 회사를 떠나 스핀오프(분사)를 감행했다. 이들이 만든 회사가 바로 ‘브레싱스㈜’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에게 제안 받은 아이디어

브레싱스 이인표 대표(좌), 윤기상 CSO, 송창호 CTO.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 출신인 이들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Lab을 통해 의기투합했다. (사진=브레싱스)

브레싱스는 2018년 11월 분사를 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이인표 대표를 비롯해 동료인 송창호 CTO, 삼성메디슨 출신의 윤기상 CSO가 의기투합했다.

브레싱스의 제품은 두 개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비 의료기기 제품인 ‘불로(BULO)’와 의료기기 제품인 ‘고브레스(GoBreath)’다. 두 제품 모두 앱과 연동이 된 기기로 숨을 불어넣는 마우스피스와 전송장치, 모바일 앱으로 구성돼 있다. 제품이 개발되기까지는 우연도 있었고, 가슴 아픈 스토리도 있었다. 이인표 브레싱스 대표는 놓으며 “전 세계 사람들의 폐 건강을 위해 블로를 개발했다”며 아픈 개인사를 털어놨다.

“최초 아이디어는 삼성서울병원 의사 분께서 주셨어요.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저희 어머니를 통해 폐 질환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았기 때문이죠. 폐암을 오래 앓으셨어요. 보호자로 옆에서 지켜보며 폐암, 만성폐쇄성 폐질환 같은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죠.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질환들이 초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었어요.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블로의 장점은 일상 생활에서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이 간단한 반면 모바일 앱을 통해 분석되는 정보와 사용자에 최적화 돼 제공되는 호흡 운동 제안은 꽤나 디테일하다. (사진=브레싱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과정을 거쳐 분사했다는 점에서 일단 1차적인 경쟁력은 확보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10월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1년 동안 지원을 하는데, 그렇게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는 250여개가 넘고, 그 중 40여 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분사 창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싱스는 호흡기 질병 진단을 위한 의료기기 제품인 고브레스와 개인의 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인 블로를 선보이며 미국과 우리나라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단 블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가 연구장비 공수해 분석, 오차율 2%이하로 개발

이 대표를 비롯한 브레싱스 멤버들은 블로를 개발하기까지 미국 흉부학회 기준을 따르는 고가의 연구장비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연구소에 구비했다. 이어 수천회에 달하는 테스트를 거쳐 오차율 2% 이하의 측정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한다. 물론 정밀한 진단은 병원에서 의사 등 전문가를 통해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66g이 작은 기기로 일상에서 폐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불로는 현재 식약처 2등급 의료기 인허가를 획득하고 Pre-A 단계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비롯해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글로벌 진출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불로 사용 시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 대표는 “한 번의 호흡으로 다양한 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간단하게 마우스피스에 한번 숨을 불어넣으면 폐활량, 폐나이, 폐지구력 같은 여러 수치가 측정됩니다. 미국 흉부학회에서 사용하는 기준으로 측정이 되죠. 이러한 수치는 불로와 연동이 된 모바일 앱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수치 확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최적화된 호흡 운동법이 제시되죠. 운동이라고 해서 뜀박질을 하라는 것은 아니고요(웃음). 그냥 편안하게 집 소파에 앉아서 블로의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앱에서 안내하는 방식으로 호흡을 하는 운동이에요.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면 폐활량과 폐근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블로의 마우스피스로 숨을 불어 넣으면 모바일 앱을 통해 구체적인 폐 관련 정보들이 분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브레싱스)

보기에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의 연구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하는 로직을 그대로 적용해 실제 사람이 내 쉬는 숨에 담긴 패턴과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고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냈다. 이때 인공지능은 사람마다 다른 신체 사이즈, 나이, 성별, 폐의 사이즈 등에 맞춰 공통된 부분을 클러스터링(Clustering, 유사성 등에 기초해 데이터를 몇몇의 그룹으로 분류하는 방식)하고 그 결과 값에서 이상 현상을 분리하는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이 대표는 “사용자의 폐 특징을 분석한 다음 맞춤형 운동을 제공할 때 사용자의 폐 상태에 최적화된 운동 시간과 강도를 반영한 커리큘럼을 제공할 때도 인공지능이 사용된다”며 “불로를 통해 폐 건강을 막연히 걱정하는 분들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영업이익 933% 신화’ 삼성전자와 AI

삼성전자의 933% 영업이익 급증 소식에 대해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AI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AI 기능을 대폭 확대해 출시한 스마트폰 시리즈 갤럭시S24의 판매 호조가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레이튼 핀시아 통합 체인 신규 브랜딩 ‘카이아(kaia)’ 공개, 탈중앙화금융 강화 통해 아시아 1위 메인넷 로드맵 소개

토종 글로벌 레이어 1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과 핀시아(Finschia)의 통합 블록체인 추진 협의체 ‘프로젝트 드래곤(Project Dragon)’이 30일 신규 브랜딩 ‘카이아(kaia)’를 공개했다.

[생성형 AI 붐 시대②] 양날의 검 AI···활용 성과 및 리스크

AI 활용의 효율성 속에서도 아직 주 사용자인 기업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기업은 AI를 활용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고 불안해 하고 있다. 페이크AI의 부작용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가 AI책임 규범을 만들고 있다.

AI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은 ‘구글·유튜브’

구글이 지난해 법무부가 기소하면서 시작된 반독점 재판과 기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새로운 AI 도구가 사실상 흥행 실패한 가운데, 알파벳은 사상최초로 배당금 700억달러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알파벳은 적극적으로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리소스를 전환하면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