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거래소 폐업 피해 투자금 3.7조원...구제 방안 있나?

[AI 요약]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이 종료되며 총 66곳의 가상자산 거래소 중 37곳이 대거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 역시 당장 급한 대로 코인마켓을 운영하며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불발될 경우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코인 추산액은 3조 7233억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특금법 시행에 따라 ISMS 인증만 받은 채 코인마켓으로만 사업자 신고를 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할 경우, 줄폐업에 따른 피해액 규모가 3조 34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지난달 24일을 끝으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이 종료되며 총 66곳의 가상자산 거래소 중 37곳이 무더기로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가 된 거래소들은 특금법에서 정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요건인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및 실명계좌 발급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곳은 이른 바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곳 뿐이다. 두 가지 요건 중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 25곳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원화마켓을 중단하고 코인마켓만으로 사업자 신고를 진행한 상태다.

수개월 전부터 예견됐던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이 현실화된 가운데 사업자 신고를 완료한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 ISMS 인증만을 받은 거래소 중 집계가 가능한 18곳의 거래소 기준 투자자 예치금은 총 2조 3495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 역시 당장 급한 대로 코인마켓을 운영하며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불발될 경우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줄폐업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코인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한국핀테크학회 등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인마켓만 운영하는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코인 추산액은 3조 7233억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원화마켓 막히며 거래 불가능, 단독상장 코인 폭탄 되나?

한국핀테크학회 등이 추산한 단독 상장 코인 피해 예상액 3조 7233억원은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 코인마켓만으로 사업자 신고를 진행한 거래소 25곳에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 중 원화거래 비중이 80%를 넘는 180개 코인의 원화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다.

특금법 시행 이전까지 각 거래소에서는 231개의 단독 상장 코인이 원화로 거래됐지만, 현재는 180개 코인만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마저도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에서는 모든 코인 거래가 중지된 상태인 경우도 있으며 몇몇 거래소는 단독 상장 코인을 모두 내리기도 했다.

단독 상장 코인은 한 곳의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 거래되는 코인으로 해당 거래소가 폐업하거나 코인 상장을 폐지할 경우 바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180개 코인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나, 원화 거래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향후 폐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특금법으로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폐업을 앞둔 상황에서 4대 거래소는 법이 정한 기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이들을 제도권 금융사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금융위, 단독상장 코인 투자자 ‘보호대상 아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위와 같은 문제로 거래소 폐업 시 해당 거래소를 통해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피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ISMS 인증과 실명계좌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폐업하는 거래소는 차치하고, ISMS 인증만 받은 채 코인마켓으로만 사업자 등록을 진행한 거래소들의 경우 특금법 문턱을 넘은 4대 거래소 못지 않게 나름 건실하게 운영해 온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거래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실명거래 계좌다. 특금법 시행 수개월 전부터 각 거래소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표하며 결국 원화마켓이 포함된 사업자 신고가 불발된 것이다. 은행들은 계좌를 발급해준 거래소의 안정성을 보증해야 하는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요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금법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각 거래소들은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거래소 중에는 은행들이 실명거래 계정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들에게 신고를 권하면서도 신고를 위한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은행과 금융당국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중견거래소들의 제한적 실명계좌 허용 및 은행 면책규정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규제에 이용자 불편 우려, 트래블룰 호환성도 문제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친 4대 거래소는 내년 3월까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트래블룰이 국제적인 표준조차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향후 호환성 문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특금법 시행 이후 어찌됐든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이들 4대 거래소는 ISMS 인증을 비롯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아 금융정보분서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들 4대 거래소 역시 넘어야 할 문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금법에 의거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100만원 이상 거래의 경우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용자가 이를 거부할 시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에 4대 거래소는 공통적으로 모든 회원에 대해 휴대폰 인증, 기본정보입력, 신분증 촬영을 통한 인증, 본인 명의 계좌 인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거래소에서는 행정안전부 전산망을 거쳐 이용자 신분 확인을 하게 되는데, 이전과 달리 추가된 절차로 인해 거래 시간이 지연되며 이용자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거래소는 ‘임직원 거래 금지’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특금법에서는 대표 및 임직원이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가상자산사업자 본인 외에도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은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규정은 이미 대다수 거래소가 적용 중이다.

4대 거래소를 비롯해 향후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 원화마켓 사업자 신고까지 진행한 거래소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트래블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이다.

트래블룰은 특금법의 목적인 불법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장치로 가상자산을 송수신 할 때 송수신자 정보를 가상자산 사업자(VASP) 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거래에서 불법자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시 거래소들은 수집, 보관하고 있던 가상자산 전송 내역과 송수신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앞서 특금법 시행 전 은행업계는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 중이던 거래소들에게 법 시행 이전까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사업자 신고를 마친 4대 거래소 조차 불가능한 조건이었고, 결국 협의 끝에 특금법 시행 이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것으로 합의한 상태다. 금융당국에서도 사업자신고를 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내년 3월말까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완료를 통보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일(6일) 특금법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이슈에 대해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사진=픽사베이)

이에 각 거래소는 트래블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비트는 자체 트래블룰을 구축하고 적용한다는 계획이며,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은 특금법 시행 전인 지난 8월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트래블룰 시스템이 아직 국제적 표준 조차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거래소 별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어 향후 호환성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거래소는 금융당국이 정한 내년 3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시스템 구축 먼저 해 놓고 보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특금법에 의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도권 금융사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오늘 개최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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