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그래핀 타투가 혈압계, 스마트워치보다 정확하다고?

기존 팽창식 커프스 혈압계, 스마트워치 단점 보완한 신기술 등장
그래핀 타투로 번거롭지 않은 일상 속 혈압 변화 측정 가능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자식 혈압계의 하나. 팔에 감는 커프스 부분과 수치를 보여주는 부분, 그리고 둘을 연결해 공기를 펌핑하는 줄로 구성돼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1881년 개발돼 지금까지 사용되는 혈압계와 측정 방식. (사진=위키피디아)

팔 윗부분을 커프스로 눌러 혈압을 재는 기존 혈압계를 대신할 간단한 혈압 측정 방식이 개발돼 기대를 모은다. 그래핀 문신(타투) 방식 혈압계다. 간편함과 지속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미국 텍사스A&M대 연구팀이 고안해 최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원자 알갱이 두께인 수 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1)에 불과한 그래핀 타투 형식의 초 광(Ultra light)센서로 만들어진 기기가 며칠 간 계속해서 혈압을 측정한다. 이는 기존에 등장한 웨어러블 음향 혈압센서나 압력센서의 단점을 극복해 주목받고 있다. 음향 혈압 측정 방식은 조직을 통해 이동하는 초음파 신호 변화를 측정하고 압력센서는 손목의 혈관 확장을 감지한다. 그러나 이들 방식은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그래핀 방식 혈압계가 스마트밴드나 스마트워치보다도 정확성을 높였다고 말한다.

심혈관계 질환 확인에 필수적 혈압계

텍사스 A&M대 연구진이 개발한 그래핀 문신(타투)을 이용하는 혈압계. 손목의 두 개 주요 동맥 위의 그래핀 문신이 조직을 통한 전류의 임피던스를 측정해 혈압을 쉬지 않고 모니터링한다. 왼쪽에 기본방식의 혈압계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텍사스 A&M대)

병원에 가서 혈압을 측정할 때, 또는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할 때 기기가 자동으로 팔을 조여 혈압을 측정해 준다. 기본 원리는 1881년 발명된 수동 팽창식 커프스 기반 혈압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장병,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병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 장치로 하루 몇 번씩 혈압을 잴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심혈관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또는 지속적인) 시각을 갖기엔 뭔가 아쉬움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병원에선 통상 심혈관계 이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자기전 혈압을 측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지속적인 혈압측정을 하기란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다.

텍사스 A&M 대학 전기·컴퓨터 공학 교수인 루즈베 자파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중요한 생명 징후를 알려주는 기기가 좀 더 간편하게 사용하면서도 전반적 심혈관계 건강 상황을 보여주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개발한 것은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전자 문신(타투)이다. 이 초박형 광센서는 며칠 동안 지속해서 혈압을 읽어준다. 또 질환자가 일상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혈압을 감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자파리 교수는 “스트레스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것은 혈압 변화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그것을 측정하거나 이해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혈압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일상속 혈압측정 방식에 주목

루즈베스 텍사스 A&M대 교수가 이전에 개발한 생체센서를 이용하는 혈압계. 이번에 개발한 방식에 비하면 복잡하고 번거롭다. (사진=텍사스 A&M대)

심혈관 질환자와 고혈압 환자는 일상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자파리 교수팀은 눈에 띄지 않는 혈압 측정계를 개발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커프스를 사용하지 않는 혈압 모니터링 방식 개발에 집중해 왔다.

다른 팀들은 신체 조직을 통해 이동하는 초음파 신호의 변화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음향 센서나 손목 혈관 확장을 감지할 수 있는 압력 센서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UCSD)가 지난 2020년 웨어러블 방식의 초음파 신호 측정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은 적이 있다. 경동맥에 붙이는 패치 방식도 연구된 적이 있다. 이들의 단점으로는 커다란 부피에 사용상의 불편함은 물론 측정된 신호를 왜곡해 옮길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UCSD)가 지난 2020년 초음파 신호로 혈압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왼쪽)를 내놓았다. 오른쪽은 UCSD와 손잡은 소프트닉스가 만든 경동맥에 붙이는 패치방식 혈압측정기다. 최종적으로는 이 패치에 신호 전송기가 결합될 것이다. (사진=네이처)

그렇다면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같은 빛(광) 기반 혈압센서는 어떨까?
이들은 피부 속 모세혈관에서 심박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빛이 혈압를 감지할 만큼 깊이 침투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새로운 혈압 센서는 지난 2017년 데지 아킨완데 텍사스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발명한 그래핀 전자 타투 센서를 사용한다. 자파리 교수와 아킨완대교수는 새로운 그래핀 혈압 센서개발을 위해 협력했고, 이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보고했다.

그래핀 전자 타투 혈압계 제작법

지속적인 혈압 모니터링 시스템의 시제품 버전. 손목에 테이프로 구리 포일 조각이 감겨 있다. (사진=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그래핀 전자 타투 혈압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타투를 만들기 위해 동박에 그래핀 한두 겹을 성장시키고,이를 200나노(1나노=10억분의1)미터 두께의 초박막 아크릴로 코팅한 뒤 시판되는 접착 타투용지에 옮긴다. (그래핀의 두께는 0.345나노미터다. 그래핀은 그물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강철보다 200배나 강하고, 면적을 본래의 120%까지 늘려도 끄떡없다.)

아키완데 교수는 그래핀은 원자 수준인 두께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 패치가 피부에 잘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접착제가 필요 없이 붙는다. 게다가 착용자들은 이것들을 느끼지도 못한다.

연구원들은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 그래핀 센서를 사용해 생체 임피던스, 즉 조직을 통과하는 전류의 흐름에 대한 전기적 임피던스를 측정했다. 그들은 참가자의 손목에 각각 여섯 개의 그래핀 문신을 두 줄로 붙였다.

각 문신의 그래핀 센서 줄은 손목에 있는 두 개의 양쪽 동맥 중 하나 바로 위에 배치됐다. 각 줄의 가장 바깥쪽에 부착된 패치는 팔로 작은 전류를 보낸다. 안쪽 4개의 패치는 전압 변화를 측정해 임피던스를 계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파리교수는 “임피던스는 동맥의 혈액량 변화를 반영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혈압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혈액량 변화, 두 부위 사이의 압력 맥박 통과 시간, 두 동맥에 맥박이 도달하는 시간 차이, 그리고 동맥의 탄성 특성을 포함한 몇 가지 다른 변수에 기초해 혈압을 정확히 추정하기 위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시범적으로 7명의 인간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래핀 센서를 장착했다. 그리고 지원자들이 적극적으로 운동하는 동안에만 혈압을 측정했다. 그들은 정확도를 결정하기 위해 이 측정값과 기존 표준 혈압 측정 기법에 따른 주기적 측정값과 비교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38°C의 더위에서 격렬한 산책을 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팔굽혀 펴기를 했다. 문신은 빛과 열에 노출되거나 물이나 땀과 접촉한 후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테스트 결과 연구원들은 5시간 동안 계속해서 혈압을 측정할 수 있었다. 자파리 교수는 이 전자 타투가 7일 간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 동안 혈압 모니터링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1세대 센서는 기존에 비해 단순해지긴 했지만 아직 유선방식이다. 전압 데이터는 금속선을 통해 문신에서 전자 판독 장치로 전달된다. 아킨완데 교수는 연구팀이 이에 이어 무선 센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를 무선으로 보낼 수 있는 칩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로저스 일리노이대 교수팀이 지난 2011년 개발해 발표한 얼티밋 웨어러블은 피부처럼 작동하고 무선으로 전력을 수집하는 칩으로서 신체 어느 부위에서 붙일 수 있는 칩셋이다. (사진=일리노이대)

마침 이런 기술들에서도 진전이 있다. 마침 지난 2011년 존 로저스 일리노이대 교수 팀이 ‘얼티밋 웨어러블’이란 이름의 칩셋을 개발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칩은 피부처럼 작동하고 무선으로 전력을 수집하고 신체 어디에든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심혈관계 질환자들의 혈압을 간단하고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줄 무선칩과 그래핀 문신이 결합한 웨어러블기기, 그리고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AI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은 ‘구글·유튜브’

구글이 지난해 법무부가 기소하면서 시작된 반독점 재판과 기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새로운 AI 도구가 사실상 흥행 실패한 가운데, 알파벳은 사상최초로 배당금 700억달러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알파벳은 적극적으로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리소스를 전환하면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았다.

[생성형 AI 붐 시대①] 생성형 AI 산업 대폭발과 그 주변

AI 인덱스 보고서가 보여주는 AI 분야 경쟁 트렌드와 활용 및 과제 등을 포함하는 주목할 만한 15개 지표는 ▲생성형 AI투자 폭발 ▲폐쇄형 모델이 개방형 모델 성능 능가 ▲이미 매우 비싸진 파운데이션 모델 ▲미국이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 ▲구글이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기업 가운데 독주 ▲AI 경쟁에 따른 무거운 탄소 발자국 발생 부작용 ▲AI 개발자들의 인종적 다양성, 일부 진전 ▲포춘 500 기업 조사결과 최소 1개 사업부가 AI 구현 ▲AI를 사용한 기업들의 비용 축소 및 매출 증가 ▲업계가 새로운 AI 박사 학위자들 채용 ▲기업들의 AI리스크 인식 ▲아직까지 인간을 능가하지 못한 AI ▲잇단 AI 책임 규범 개발 ▲법이 AI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제약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AI로 요약된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자체 LLM 기반 언어 AI 개발…번역, 글쓰기 이어 음성 번역 서비스도 선보일 것”

26일 딥엘의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 진출 1년의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쿠틸로브스키 CEO가 소개한 딥엘 라이트 프로는 딥엘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로, 기업이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계약서 등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 더 명확하게 소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 투자 유치

기술 창업 기업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원 시드투자를 유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 화학부 연구실에서 신물질 레스베라트론의 발견을 기반으로 신약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