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AI가 잠잠한 이유···모든 것은 시리에서 시작됐다

애플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존 지아난드레아 애플 AI 책임자는 이미 지난 2020년에 인공지능이 향후 iOS나 맥 경험의 모든 측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내용 가운데 애플 기기 사용자들에게 전달된 내용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사진=위키피디아)

‘애플 인공지능(AI) 개발 최고 책임자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가운데 영역 싸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전세계 IT업계에 개발 강화 진군가가 울려퍼지고 있지만 이상스레 잠잠한 애플에 대해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라는 AI 챗봇을 내놓으면서 전세계가 AI 열풍에 빠졌고 이후 AI 전문 업체들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공룡들까지 가세한 마당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27일자에서 애플의 AI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 그리고 소식통의 말을 바탕으로 애플이 AI 분야에서 지지부진한 배경과 이유를 짚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것은 시리를 둘러싼 잡음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AI 개발 방향성을 둘러싼 경영진의 내분이 한몫 거들었다. 그리고 애플의 프라이버시 중시 정책도 AI개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든 것을 기기에서 처리토록 하면서 클라우드 사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AI개발의 핵심인 세 명의 수석 엔지니어들이 구글로 가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그 결과 애플의 AI사업은 (더욱더)엉클어졌다. 존 지아난드레아 애플AI 책임자가 지난 2020년 초 “AI가 애플의 소프트웨어(SW)를 변형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약속을 지키기 더 힘들게 됐다.

전세계가 챗GPT열풍에 편승해 생성 AI모델 개발에 나섰지만 애플은 여전히 AI에 대해 대체로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애플은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왜 3명의 애플 핵심 AI 엔지니어가 떠났나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왼쪽)는 지난해 11월 애플의 핵심 AI엔지니어 3명을 영입해 가뜩이나 혼선을 일으키며 고전중인 팀 쿡 애플호의 AI 개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위키피디아, 트위터)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AI시대를 맞아 치열하게 경쟁중인 가운데 적어도 세 명의 수석 AI 엔지니어를 잃었다. 스리니바산 벤카타차리, 스티븐 베이커, 아난드 슈클 세 사람이 그 주인공이다.

애플은 2018년 말 이들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인 레이저 라이크(Laserlike)를 인수하면서 이들도 함께 영입했다. 구글 출신이었던 이 3인방은 애플에서 웹 검색 엔진 개발을 촉진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아이폰과 맥의 시리 제안 검색 기능 기술을 개발하고, 시리 음성 비서의 답변 개선을 도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중을 사로잡은 오픈 AI의 챗봇인 챗GPT가 등장한 시점에 챗GPT 기반 기술 유형에 대한 작업을 하던 중 (레이저라이크 창업 전 몸담았던 친정인) 구글로 갔다.

이들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직원 유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AI회사를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구글 AI 개발을 맡기겠다는 순다르 피차이CEO에 의해 개인적으로 스카우트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들은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하는 그 어느 회사라도 잡고 싶은 인기 상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구글이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과 같은 응답을 생성할 수 있는 거대 언어 모델(LLM)과 관련된 일을 하기에 더 좋은 장소라고 믿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로 간 벤카타차리와 이야기를 나눴던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순다르 피차이 CEO가 개인적으로 이 그룹에 구애할 정도로 그들을 간절히 원했다. 물론 팀 쿡 애플 CEO도 그들이 남아있도록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세 사람 중 한 명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AI훈련 비용을 줄이고 LLM과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제품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구글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애플 시리에 인간 개입, 경영진 개발방향 내분, 프라이버시 중시로 클라우드 사용불가

애플은 일각에서 AI에 관한 한 비조직적이고 야망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애플을 떠난 핵심 AI엔지니어 3인방. 왼쪽부터 스리니바산 벤카타차리, 스티븐 베이커, 아난드 슈클. (사진=트위터,링크드인, 구글)

그런데 그런 연구는 애플에서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애플을 떠난 진정한 이유는 뭘까.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그 첫 번째 이유는 ‘시리’였다. AI 챗봇인 챗GPT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AI 음성 비서인 ‘시리’가 애플의 ‘특별한 문제아’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문제아는 여전히 그 상태로 머물고 있다.

시리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무엇보다도 사용자 음성 질문에 대한 ‘시리’의 반응은 안전상의 이유로 여전히 인간 작가들에 의해 평가되고 편집되고 있어 확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지난 2019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팀 쿡 CEO를 비롯한 애플 의사 결정권자들은 시리의 답변이 최대한 어색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하지 않도록 (AI로 생성한 답변에 의존하는 대신) 인간이 개입해 평가하고 편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계 팀은 (적어도 당시에는) AI 생성으로는 불가능했던 거의 완벽한 답변을 고집했다.

게다가 애플의 AI 연구에 몸담았던 전 직원들에 따르면 애플은 AI에 관한 한 조직적이지 않았고 야망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5년 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다. 특히 시리 팀은 2018년 혼돈 상태에 빠졌고, AI비서 개발은 기술 개발 방향을 놓고 경영진의 내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여기에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프라이버시)에 대한 강력한 입장도 시리(기반 AI)의 개발 속도를 더디게 하는 데 한몫했다. 애플은 지금껏 그래 왔듯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가능한 한 많은 프로세스가 실행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이 강조해 오던 고객 프라이버시 목표는 달성됐지만 부작용은 만만치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AI 설계팀은 ‘모든 것을 아는 음성 비서’인 시리의 페르소나(외적 인격)를 보존하기 위해 잘못된 시리 답변에 대한 피드백 기능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기계 학습 팀은 시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를 잃게 됐다.

그 결과 애플이 AI분야에서 사실상 어떤 성과도 없는 실패로 보이는 현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사회 멤버인 존 지아난드레아 애플 AI 책임자는 지난 2020년에 AI가 향후 iOS나 맥 경험의 모든 측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의 발언이후 지금까지 그 가운데 애플 기기 사용자들에게 전해진 내용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의 AI사업, 이대로 주저앉는 걸까?

디인포메이션의 기사는 애플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벌이는 AI 경쟁에 대거 불참했고 이는 곧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과연 애플은 시리를 어떤 방식으로 바꿔나갈까. (사진=위키피디아,트위터)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벌이는 AI 경쟁에 대거 불참했고 이는 곧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2가지 쉽지 않은 해결 과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플은 과연 어떻게 황금률과도 같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AI모델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또한 애플은 어떻게 말끔하게 시리를 생성형 AI로 전환해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애플이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이 AI시대의 애플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애플은 지난 6년여 동안 앞서 언급한 존 지아난드레아와 구글의 생성대립 신경망(GAN) 발명가 이안 굿펠로우를 고용하는 등 AI와 관련 인력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안 굿펠로우는 이후 딥마인드, 즉 구글로 되돌아갔다. 지난 2021년 5월 애플은 지아난드레아 산하의 새로운 연구 부서를 이끌기 위해 구글의 베테랑 AI 연구원 새미 벤지오를 고용했다.

애플은 2016년 이후 최소 25개의 AI기업을 인수했다. 이는 구글(14개), MS(12개), 페이스북(9개)보다 훨씬 많다. 애플은 머신 비전 및 교육 데이터 최적화 분야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여름 애플은 텍스트 설명으로 3D 장면을 생성할 수 있는 AI 시스템인 가우디를 선보였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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