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소정 스크램블러 대표 “한국어로 소통하는 글로벌 K-컬처 플랫폼을 만들고 있죠”

글로벌 한류 팬들을 위한 한국어 1대1 스피킹 플랫폼, ‘WOOZU(우주)’
학습이 아닌 ‘한국에 대한 관심사’로 접근… ‘Edutainment’ 표방
튜터의 ‘인플루언서’화 추구, 1대 다수 스피킹 확장, 데이터 기반 커머스 비즈니스로도 연결 가능
'우주' 서비스의 영문 소개 페이지. (이미지=스크램블러)

초기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한류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2위 기록, 이후 BTS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는 ‘한글’ ‘한국 음식’ 등의 관심으로 확장되며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작용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세계 각국 대학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가 급증하며 강좌가 신설되고, 그로 인해 한국 문화를 알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어를 바탕으로 전세계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등장한 스타트업, 스크램블러 도전은 꽤 시의적절해 보인다. 이들이 선보이는 것은 한국어 1대1 스피킹 플랫폼 ‘WOOZU(우주)’다. 지난해 글로벌 VC 앤틀러가 한국에 앤틀러 코리아를 설립하고 처음 시도한 1기 배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스크램블러의 ‘우주’는 시작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인들은 '우주'를 통해 한국인 튜터와 K-컬처를 주제로 한 관심사 기반의 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미지=스크램블러)

2021년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126조원 가량으로, 자동차, 반도체 수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년 간 증가한 글로벌 한류 팬의 수가 무려 1억600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우주’ 서비스의 수요는 이미 넘치는 상황이다. 앤틀러 배치 프로그램을 마치고 새롭게 광화문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만난 스크램블러의 이소정 대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K-콘텐츠가 좋아서’라고 말하고 있다”며 ‘우주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시험을 위한 한국어가 아니었어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 콘텐츠, 한국 문화에 대해 ‘한국인’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죠. 또 한국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서 직접 방문하는 외국인들, 한국어를 조금은 할 줄 아는 외국인들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를 경험해요. 적잖은 경우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들이죠. 거기에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한국어로 하는 10분의 대화를 시작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 가보자는 것이 ‘우주’ 서비스의 초기 시도예요.”

앤틀러에서 발견한 ‘우주’

이소정 스크램블러 대표는 '우주'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앤틀러 프로그램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털어 놨다. (사진=테크42)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데모데이에서 비즈니스 검증 과정을 거치기까지, ‘우주’ 서비스의 탄생 과정은 꽤나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에 앞서 궁금한 것은 ‘우주’를 만든 ‘스크램블러’ 팀의 결성 과정이다. 앤틀러 프로그램은 팀이 아닌 창업가, 예비 창업가를 모집한다. 따라서 이를 통해 배출된 팀들은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하는데 주어진 시간을 2주 정도 남겨 둔 막바지에 팀이 결성됐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제가 자기 주장이 좀 강요(웃음).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는 금융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생각했어요. 또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돼야 하고 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죠. 사실 제 경우는 앞서 창업을 해 봤고 성공의 경험이 있었기에, 확신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팀을 만들 때는 그게 걸림돌처럼 돼 버렸어요. 각 파운더가 어떤 제안을 하면 ‘내가 해봤는데 그렇게는 안돼’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거죠. 그렇게 앤틀러 프로그램을 거치며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을 찾는데 집중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스크램블러’예요.”

지난 1월 데모데이 당시 스크램블러 팀. (왼쪽부터) 황도연 CMO, 이소정 대표, 권오연 CTO. (사진=스크램블러)

이 대표에 따르면 스크램블러(Scrambler)는 여러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스크램블 에그(Scramble egg)’와 같이 서로 다른 재료가 하나의 맛으로 어우러지듯,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큰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스크램블은 전술용어로도 쓰이는데,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핵심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스크램블러는 각자의 개성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며 비즈니스의 핵심을 파악하고 빠른 속도로 장악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 의미처럼 스크램블러의 도전은 미국에서 D2C 화장품 브랜드 디폴로지(Depology)를 공동창업해 성장시킨 이 대표의 경험에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문가로서 헬스케어AI 스타트업 등에서 초기부터 IPO(기업공개) 과정을 경험한 권오연 CTO, 부동산 플랫폼과 B2B SaaS 서비스 그로스 마케터, 유럽 4개국 15개 도시에서 김밥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등 특별한 경험의 소유자인 황도연 CMO 등 두 공동창업자의 역량이 더해지며 ‘우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인상적인 조합’임을 분명한데, 정작 나온 서비스는 이전 경험과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한국어 1대1 스피킹 플랫폼, 우주’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초기 소통 방식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나온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공부를 한 탓에 저는 숨은 뜻 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반면 두 사람은 제가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서 말을 하는 스타일이었고요. 그렇게 두 사람이 얘기하면 제가 못 알아듣고, 그것 때문에 서로 힘든 시간도 있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럴수록 더 많은 대화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왔지만 의견을 일치시키기는 쉽지 않았어요.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은 계속 가고 있으니 막막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끼리는 ‘앞다마’라고 하는데(웃음), 서로에게 솔직한 대화를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언어만으로 감지할 수 없는 문화적 뉘앙스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런 깨달음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는 ‘우주 서비스’로 이어진 거죠.”

이소정 대표(왼쪽)와 옥스포드에서 함께 공부한 '가장 친했던' 친구들. (사진=이소정 대표)
2017년 일본에서. 당시 이소정 대표는 주짓수 아시아 챔비언십에 참가해 3등이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사진=이소정 대표)
아버지와 스페인 순례자의길 880km완주 후 바르셀로나 성당 옥상에서. (사진=이소정 대표)

실제 이 대표는 한국어 보다 영어가 더 능숙하다고 할 정도로 오랜 글로벌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시절 투자 계획서를 작성해 아버지를 설득했고, 그렇게 호주,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금융을 전공했다. 3년만에 대학을 조기 졸업한 이 대표는 이후 한국에서 아시아, 중국, 유럽 대상 국가간 M&A 자문 및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며 옥스포드에서 금융 석사과정을 밟기도 했다. 한달에 한 번씩 영국을 오가며 이뤄낸 성취다.

경험에 경험을 더하다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도출된 우주 서비스를 가지고 이 대표는 지난 1월 데모데이 현장에서 1년 후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목표 설정 이후 스크램블러는 최근까지 우주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고, 이달 내내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운영했다. 아직까지는 시장적합도를 확인 중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50억원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앤틀러 프로그램 과정에서 PoC(개념검증)를 통해 가능성을 봤다”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1월 앤틀러 데모데이 당시 발표에 나선 이소정 대표. (사진=테크42)

“저를 비롯해 두 공동창업자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을 당시에 각자 버릴 수 없는 기준 하나씩을 말했어요. 제 경우는 반드시 ‘글로벌 서비스’여야 한다는 거였죠. CTO와 CMO는 글로벌 서비스라는 조건에는 동의했지만, 완전한 영어 기반의 서비스 보다는 저희만의 색을 더하고 싶어 했어요. 결국 그 문제를 파보니 저희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우주’ 였던 거죠. ‘우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며 가장 첫 기준은 구조적 성장, 즉 ‘산업이 성장 중이며 10년 이상 지속될 것인가’ 였어요. 그 다음은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가, 열광하는 그룹(팬덤)이 있는가,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가 얼마나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는가 등을 기준을 고려했죠. 마지막으로는 스몰테스팅을 통해 스케일업이 가능하다는 검증이 필요했어요. 앤틀러 프로그램 과정에서 검증을 한 결과 생각 이상으로 지표가 좋게 나왔고, 산업에 흔들림은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사실 이 대표가 내세운 조건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 심사를 받을 때 받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대표는 미국에서 D2C 브랜드 창업 이전, 600건 이상의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에 관여한 투자분석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첫 창업 과정에서 오랜 글로벌 투자 경험을 반영했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디폴로지는 500달러로 시작해 8개월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냈어요. 2년만에 디폴로지는 미국 시장에서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안티에이징 화장품 브랜드가 됐죠. 저는 공동창업자로서, 사실상 모든 일에 관여했어요. 광고 메시지 기획, 촬영, 채용, 직원 트레이닝, 제품 소싱, 테스팅, 물류…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 했죠. 그러면서 실제 창업을 통한 성공 경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결국, '팀워크가 꿈을 이룬다 (Teamwork makes dreamworks)'는 것을 깨달았죠."

이렇듯 지난 경험에서 얻은 그녀의 성공의 방정식은 그대로 스크램블러의 ‘우주 서비스’에 반영됐다.

튜터의 인플루언서화, 그리고 커머스의 가능성도 고려한 확장성

지난 1월 앤틀러 데모데이 당시 발표에 나선 이소정 대표. (사진=테크42)

우주(Woozu)는 한국과 관련된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곳으로, 본래의 의미인 우주(Uinverse)와 함께 공동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Would you like to?’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수단이 ‘한국어를 통한 대화’, 즉 언어인 셈이다. 이 대표는 “언어는 데이터화하고 군집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계획을 털어 놨다.

“우선 첫 번째 단계에서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책임감과 관심사가 다양한 한국인 튜터를 확보하는데 신경을 썼어요. 또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튜터들을 대상으로는 ‘튜티(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를 상대하는 단계별 접근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요. 튜티의 한국어 수준이 제각각이기도 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튜터가 필요하기도 하죠. 물론 튜티 중에는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우주는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플랫폼이 아닌, 관심사가 같은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플랫폼이기도 해요. 현재는 클로즈드 베타를 출시하고, 소규모 마케팅 비용으로도 짧은 시간내에 전세계 80개국 유저가 우주 앱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스크램블러는 우주 서비스에서 ‘인기 튜터’를 육성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튜터의 인플루언서화다.

스크램블러는 우주 서비스에서 ‘인기 튜터’를 육성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튜터의 인플루언서화다. 그 다음 단계로는 인플루언서 튜터와 협업해 구독 서비스, 커머스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관심사 기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한 제품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단계를 스크램블러의 의미와 같이 빠른 속도로 달성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K-컬처라는 영역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어요.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내세운 것은 수익이 나는 회사, 자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의미이기도 하죠. 현재의 지표로 봤을 때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물론 지금은 매출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는 단계지만, 속도를 좀 더 높이려 하고 있죠. 그래서 앤틀러에서 유치한 시드 자금에 더해 글로벌 VC와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스크램블러의 미션은 세계 어디에서나 모든 외국인들이 쉽게 한국 문화를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고객 중심이라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 문화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한국적인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저희 스크램블러의 목표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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