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망원경, “나 안죽었어”···생생한 ‘은하들의 충돌’ 전송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돼 현재 지구에서 약 160만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이다. 이 우주망원경은 올 여름에나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JWST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0배 더 강력하도록 설계됐으며, 허블에 설계되지 않은 파장으로 우주를 보여줄 허블의 과학적 계승자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제임스 웹이 우주로 쏘아올렸다고 해서 기존의 허블망원경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주를 스캔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최근 촬영된 생생한 은하들의 충돌 사진도 보내왔다. 우주를 보는 우리의 눈을 바꿔주면서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이른바 ‘전자 골관절통’을 앓고 있는 허블이 JWST와 함께 2020년대 말까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수명 연장의 최대 훼방꾼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군이 지목되기도 한다. 오는 2040년 쯤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허블의 향후 스토리도 짚어본다. 허블 망원경은 지난 주 공개된 ‘은하가 충돌하는 모습’ 촬영사진을 통해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1990년 발사이후 30년간 촬영한 우주 사진 가운데 ‘베스트 30’도 함께 소개한다.

[기획] 허블망원경 30년

(1) “나 안죽었어”···생생한 ‘은하들의 충돌’ 전송
(2) 허블만원경, 30여년간 보여준 우주의 신비’


허블, 노쇠화 상당히 진전돼 ‘전자 골관절통’을 앓고 있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의 팽창을 발견한 허블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지난 1990년 4월 발사돼 올해 4월로 32년째 우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ESA)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지구를 떠난 지 몇일 안된 올해 초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에서 10억초나 되는 활동을 기록했다.

두 우주망원경을 모두 감독하는 레이첼 오스텐 허블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 부책임자는 “JWST 가 발사되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여기에 쏠린 후 허블은 ‘그래! 나 아직 여기 있어. 나는 여전히 요리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블은 노쇠해 가고 있고 예전보다 기기 성능이 떨어져 가고 있다. 망원경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는 마지막 우주 비행사 임무는 13년 전이었고, 허블은 이제 한 천문학자가 언급한 것처럼 “전자 골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2009년 우주비행사들이 마지막으로 방문 이후 허블은 약간의 마모가 이뤄졌고 센서 기기들의 감도도 다소 떨어졌다.

허블망원경의 센서는 우주선(cosmic ray)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소거됐고 촬영 이미지에 영구적인 ‘핫픽셀’을 만들어내 편집이 필요해졌다. 일부 컴퓨터와 하드웨어에 장애가 발생해 엔지니어가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했다. 2000년 이후 허블망원경은 문제가 발생하면 지구에 있는 허블 팀에게 문자를 보내 알려왔다.

허블 팀 연구원들이 지난해 11월 허블망원경 과학 장비들이 왜 오류 코드를 뱉어내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허블은 평소보다 더 긴 안전 모드에서 한 달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이상한 오류들 중 하나였을 뿐 작동을 멈출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허블이 고장난 이유는 뭘까. 망원경이 우주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관측 대상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인 자이로스코프의 고장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이 허블에 마지막으로 손을 댔을 때 이 우주 천문대에는 아름답게 작동하는 자이로스코프가 6개 있었는데 현재 3개로 줄었다.

젤레틱 허블팀 연구원은 허블 망원경에 단 두 대, 혹은 한 대의 자이로스코프만 남게 됐을 때 지구 자기장의 일부를 이용해 방향을 잡아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자이로가 고장나게 되면 허블의 과학 장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해도 임무가 끝나게 될 것이다.

허블은 1990년 지구궤도상 559km 상으로 발사 몇주 후 흐릿한 사진을 보내왔고 허블의 메인 거울 제작상의 오류가 드러나자 우주비행사를 보내 수리할 수 있었다.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의 방문은 허블의 수명을 연장시켰고, 천문학자들은 우리 태양계의 행성과 달에서부터 먼 별과 은하까지 모든 것을 탐사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우주왕복선이 날지 않아 그것도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10월 그랬듯이 때로 부품이 오작동하면서 허블은 ‘안전모드’로 들어가 엔지니어가 수리를 하는 12월 6일 복구할 때까지 잠들어 있기도 했다. 천문학자들은 허블 망원경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웹망원경이 발사될 때까지 허블이 지속되기를 바랐고 이제 이 희망이 이뤄졌다. 이 우주 천문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동시운영이 이뤄지면 무슨 이점이 있을까.

허블과 웹 우주망원경 동시 운영 희망이 이뤄졌다

천문학자들이 기대하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왼쪽)과 허블우주망원경 동시 가동이라는 희망이 드디어 이뤄지게 됐다. (사진=NASA)

허블은 가시광선과 자외선 파장에서 주로 관측하는 반면, 웹은 주로 적외선으로 우주를 연구하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더많은 파장으로 관찰할수록 더 행복하다. 두 파장 방식의 우주 천문대가 나란히 관측하면 우주의 천체를 대상으로 한 초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거나 천체 물리학적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블은 뜨겁고 새로운 별들의 복사를 연구할 수 있는 반면, 웹은 아직 별들이 폭발하지 않은 차갑고 우주 먼지가 많은 지역을 조사할 수 있다.

허블은 적외선으로 약간은 관측할 수 있지만, 천문학자들은 이미 그 작은 용량을 한계까지 가져갔다. 웹은 허블에 요구되는 그런 수요를 경감시키게 될 것이다.

제니퍼 와이즈먼 허블 임무 프로젝트 수석 과학자는 “우리는 이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이는 허블이 자외선과 가시광으로 관측할 수 있는 고유의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대 말 작동 중단 예상 속 스타링크와의 충돌 가능성, 그리고 폐기 시나리오

허블망원경(사진 위)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사진 아래)을 타고 지구궤도의 허블망원경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이 망원경 수리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우주왕복선 운영 중단으로 지난 2009년 끝났다. (사진=NASA)
허블은 2020년대말이면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NASA)

허블은 여러 가지의 관측기기를 통하여 자외선부터 근적외선까지의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해 오고 있다. 그동안 우주왕복선들로부터 다섯 차례의 정비를 받아 장비와 관측기기 교체와 수리를 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의 정비가 없어짐에 따라 2020년말이 되면 수명을 마치게 된다.

구경 2.4 m의 반사망원경을 탑재한 허블망원경은 지구저궤도(599km)에 있다. 그런 만큼 지나가는 위성에 의해 충돌할 가능성이 아주 작긴 하지만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우주천문대는 항상 우주 파편과의 충돌 위협에 직면해 왔지만, 2000년대 초부터 지구 저궤도에 더 많은 인공위성이 도착하면서 그 위험은 두 배로 높아졌다.

나사는 최근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늘어나는 지구저궤도를 도는 인터넷 위성인 ‘스타링크 위성군’과 허블망원경이 더 가까이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블은 자이로를 이용해 이 위성들을 살짝 비껴갈 순 있지만 특히 새로 발사된 수십 개의 스타링크의 수십개의 움직이는 열차같은 위성들을 교묘하게 피할 수는 없다. 오스텐 허블 부책임자는 “만약 허블 망원경이 ‘스타링크 열차’에 실려 나간다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레틱 허블팀 연구원은 “나사가 지난 2011년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왕복선 비행을중단했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이 2020년이후까지는 아니더라도 2020년대말까지는 계속 작동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허블망원경의 예상 추락 시점은 2040년

허블망원경은 지난 1990년 4월24일 발사돼 오는 4월24일이면 발사 32주년이 된다. 우리에게 이런 멋진 사진들을 가지고 우주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허블 망원경은 2040년 경이면 충분한 고도를 유지하지 못해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은 별들이 생성되는 30도라두스(30 Doradus)로 알려진 지역이고 오른쪽은 창조의 기둥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거대한 덩굴손 모양의 우주먼지와 가스. (사진=NASA)

허블 망원경은 2040년 경이면 충분한 고도를 유지하지 못해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사는 이 우주망원경을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태평양으로 보내거나, 또는 수백 년 동안 궤도에 머물 수 있는 더 높은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추진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모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젤레틱은 나사가 후자쪽으로 결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가진 후대가 허블로 돌아가서 이를 온전한 상태로 지구로 가져와 박물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허블이 마지막 사진을 찍을 때 쯤 웹 우주망원경은 자체적으로 반짝이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낼 것이며, 사람들이 상상하는 가장 멋진 우주 망원경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것이다.

허블은 1990년에 발사됐는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허블은 항상 우주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너무 멋진 사진들을 촬영해 왔다.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영화, 책, 사진으로 소개되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도 인기를 얻다가 어느 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 2020년말까지는 끄떡없다고 하니 계속해서 이 멋진 우주망원경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시대에 태어난 사람들과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경이로움을 주길 기대해 보자.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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